올여름 사상 유례없던 물 폭탄에 울상짓던 농민들이 최근 늦더위와 내리쬐는 햇볕에 웃음을 되찾고 있다. 더위가 한걸음 물러간다는 처서(處暑)가 지난 뒤에도 한여름보다 기온이 오르고 일조시간이 늘어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흉작을 걱정하던 농민들은 내리쬐는 뙤약볕에 그나마 한시름 덜게 됐다며 더위를 반기고 있다.

청주기상대에 따르면 지난 8월 상순과 중순, 잦은 비로 충북지역의 일조량은 평년의 약 50%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8월 하순부터 시작된 늦더위로 평년 대비 일조량의 80~90%를 채우고 있다.

일조시간이 농작물 수확에 가장 중요한 요인인 점을 생각하면 8월 상순과 중순의 일조시간 부족은 성하(盛夏)의 8월에 거의 햇빛을 보기 어려웠다는 뜻이 된다. 실제 이 기간 충북 각 지역의 일조시간은 청주가 103.6시간, 충주 103.4시간, 제천 105.1시간 등으로 평년의 약 49~58%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8월 하순부터는 연일 햇빛이 내리쬐면서 흉작이 예상됐던 농작물 생육을 돕고 있다.

지난 21일부터 청주의 일조시간은 평년 대비 일조량의 90% 이상을 채웠다.

이밖에 충북의 다른 지역들도 8월 상순과 중순경과 비교해서 일조량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늘어나는 일조시간에 흉작을 걱정하던 농민들은 반색이다. 출하시기를 맞추고 부족했던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햇빛을 반사해주는 은색 필름을 동원하는 등 농작물 생육에 안감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일조시간의 증가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기상대 관계자는 “10월 상순까지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으로 대체로 맑고 일조시간 또한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온도 평년보다 높겠다”고 밝혔다.

충북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벼의 경우 평년보다 수확량이 다소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현재 날씨가 유지된다면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특히 올 추석 사과와 포도의 생산량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복숭아와 배는 날씨가 좋아지면서 평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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