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의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유사석유 판매업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후미진 일반 주택가나 지하주차장 등에서 공공연히 유사휘발유를 넣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비밀스런 방법으로 거래가 이뤄져 그 수법이 첩보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실제 지난 3일 오후 5시경 대전 서구의 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승합차 한 대가 들어왔다.

이 승합차는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후미진 주차장 한쪽으로 차를 세웠고, 이내 승용차 한 대가 승합차 옆에 주차를 했다.

승합차에서 내린 유사석유 판매업자는 자연스럽게 승용차 소유주에게 인사를 건넨 뒤 자신이 몰고 온 차량에서 기름통을 꺼내 잽싸게 주유를 시작했다.

만남에서 계산까지 3분 남짓이며, 한 통(18ℓ)에 현금 2만 3000원, 두 통 이상은 1000원 씩 할인된 금액에 거래됐다.

이날 유사석유를 구매한 김 모(30) 씨는 “한동안 경찰 단속이 심해 영업을 하지 않더니 휴가철을 맞아 영업 개시를 알리는 문자를 받고 연락하게 됐다”면서 “휘발유 값이 워낙 비싸 자주 이용하지만 유사석유 값도 예전보다 5000원 씩 올라 부담되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처럼 민생침해 범죄 근절 차원에서 경찰의 고강도 단속이 이어지자 이를 피하는 판매업자들의 수법도 보다 비밀스러워지고 있다.

과거 몰래 꽂아 둔 명함 등으로 손님을 모으던 것과 달리 철저히 신원이 보장된 고객에게만 판매하는 것은 물론, 문자 등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수상한 생각이 들면 한동안 전화기를 꺼놓고 소위 '잠수'를 타기도 한다는 귀띔이다.

또 판매인이 특정장소를 골라 고객을 부른 뒤 주유하는 것도 이들 만의 거래 방법이다.

이런 판매수법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연일 치솟는 기름 값에 호객행위 없이도 물량 확보와 판매가 이뤄진다는 얘기다. 특히 기름 값보다 싸다는 운전자들의 인식에 영업직이나 운송업 종사자들이 구매를 원하고 있다는 것도 불법판매가 근절되지 않는 큰 이유다.

게다가 일부 욕심이 생긴 소비자들은 인터넷 등에서 유사석유 제조비법을 배워 직접 만드는가 하면, 유사석유 원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안내하는 등 2차 범죄자를 양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단속을 강화할수록 유사석유 판매가 점점 은밀해지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라며 “개인의 불법제조는 안전사고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철저히 단속할 것”을 강조했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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