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가뭄으로 인해 일부 산간지역 주민들이 식수난 등의 생활불편을 겪고 있는 가운데 11일 미호천 하류지역이 저수량의 부족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성희 기자 lsh77@cctod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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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5시경 제천시 봉양읍 공전1리 건너담마을에서 만난 김형진(70) 씨는 나무보일러에 땔감을 잔뜩 구겨넣으며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부인과 둘이 살고 있는 김 씨는 “물이 부족해 죽겠어. 따뜻한 물 가득 받아놓고 시원하게 목욕 좀 해봤으면 원이 없겠네…”라며 얼굴을 찌푸렸다.
김 씨는 “물이 말라 얼마 전에는 집에 펌프를 설치해 지하수를 끌어쓰고 있는데, 이마저도 전기료가 많이 나올까봐 맘 놓고 쓰지 못한다”면서 “그냥 두 식구 먹을 밥과 설거지 물만 그때그때 쓰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김 씨는 지나가는 말로 “시에서 관정을 파 주면 좋을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소방서의 비상급수가 있기 전인 지난해 12월까지 만해도 이웃 이숙자(67·여) 씨의 물 사정은 더 딱했다.
이 씨는 “해마다 이맘 때면 서울 사는 아들네 식구들이 우리집에 왔는데, 올해는 물 사정 때문에 못 온다”면서 잔뜩 말라버린 하늘을 원망했다.
고향의 식수난 소식을 접한 아들네가 “마실 물도 부족한데 괜히 내려가면 폐만 끼쳐드릴 것 같아 설 명절에나 내려가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 마을 18가구 50여 명의 주민들은 계속되는 겨울가뭄 때문에 이제는 1주일에 2차례 물을 싣고 오는 소방차를 손꼽아 기다려야 할 처지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소방 급수로 당장 먹을 물 걱정은 덜었지만, 마을 뒷산에 설치한 간이상수도에서 간간이 흘러나오는 물이 집집마다 설치된 1~2톤짜리 물탱크를 절반가량 채워야 그나마 빨래라도 할 수 있는 형편이다.
해발 300m 고랭지 산골마을인 덕산면 삼전마을의 물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33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콩과 깨, 배추, 무 등을 재배하고 있는 이 마을은 계속된 가뭄으로 계곡물조차 말라붙으면서 대부분의 밭작물이 타들어 간 지 오래다.
이장 이명희(61) 씨는 “지난해 가을 들깨와 콩은 아예 열매를 맺지 않아 수확도 못했고, 배추마저 타들어가 농사를 완전히 망쳤다”며 한숨을 내뿜었다.
겨울가뭄으로 제천지역 일부 주민들이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실제로 제천지역은 작년 8~12월 강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내린 77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01㎜에 불과할 정도로 가뭄피해가 심각한 실정이다.
특히 백운면 방학 1리, 봉양읍 공전1리, 덕산면 삼전리, 금성면 성내리 등 4곳의 자연부락 마을 식수난이 심한 편이다.
시와 소방서는 식수난이 심각한 이 곳에 지난해 12월부터 제한급수(1일 2회)와 운반급수(2주 1회)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해마다 되풀이되는 가뭄 피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시는 이들 지역의 고질적인 식수난 해결을 위해 관정 개발, 상수도 공급 등을 계획 중이다.
시와 소방서는 “읍·면별로 식수난 실태를 파악 중이며, 관정 등 항구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12월 초까지만해도 하루에 30~40가구씩 비상 급수를 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제천=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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