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과 국민중심통합의 통합 선언이 이번 주 중 이뤄질 전망이지만, 당 지도부는 통합에 대한 자축을 할 여유가 없다.

특히 통합 정당의 당 대표를 맡게 될 심대평 국민련 대표는 당 내외적으로 산적한 과제로 인해 2년여 간의 ‘방랑생활’로 쌓인 여독을 풀 겨를이 더욱 없어 보인다.

당장 충청권 내 양 당 체제로 보이지 않게 쌓여온 앙금과 몇 차례의 크고 작은 선거로 인해 침체된 당 분위기를 추스르고 생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동시에 통합 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10·26 서산시장 재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하고 내년 4·11 총선 준비에도 착수해야 하는 등 빡빡한 정치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이런 상황 때문에 당 안팎에선 심 대표의 위기관리 능력과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높다.

양 당 통합의 최대 명제였던 ‘충청 정치세력 결집’의 1단계가 통합 선언으로 완성된다면, 이를 실질적인 정치적 힘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심 대표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전의 선진당이 ‘이회창-심대평’의 투 톱(two-top)이었다면, 통합된 선진당은 이 총재가 물러난 후 심 대표가 당을 이끄는 원-톱(one-top) 체제로 전환된다. 그 만큼 심 대표는 대내외에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시험대에 본격적으로 오르게 된 셈이다.

심 대표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관건은 ‘도로선진당’이라는 비난이다. 질적인 사안은 차치하더라도 외형적으론 이 전 대표가 수장에서 물러난 것 이외에는 인물 구성이나 세력 면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현 상태로는 심 대표가 강조해 온 시대와 민심의 요구를 받들고 충청인에게 공감을 주는 ‘감동의 정치’를 펼치고 있을 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한나라당 충남도당이 "집을 고쳐보자 했다지만, 옛 모습 그대로다”라고 밝힌 논평은 선진당의 입장에서 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심 대표는 현재 도로선진당이란 비난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인물 영입 등 인적 쇄신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광기 대전대 교수는 “심 대표가 당명을 바꾸자고 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도로선진당이라는 시선을 뛰어넘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진당 당명을 그대로 쓰기로 한 이상) 새로운 정치세력이나 인사들을 참여시켜야만 선진당의 쇄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심 대표와 선진당 앞에 닥친 가장 큰 산은 무엇보다 내년 4·11 총선이다. 심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선진당은 없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 4·11 총선의 결과에 심 대표가 주창해온 ‘가치 중심의 정치’와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선진당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심 대표와 선진당은 4·11 총선을 앞두고 자유민주연합, 국민중심당, 선진당으로 이어지는 ‘자민련 마지막 세대’가 될지, 새로운 충청정치의 첫 세대가 될지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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