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잠정 발효된 가운데 각 자치구의 대기업 직영 슈퍼마켓(SSM·슈퍼슈퍼마켓) 관련 조례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자율적 경쟁을 추구하는 자유무역협정의 원칙과 전통시장 등 영세 소상공인을 보호키 위한 SSM 관련 조례의 제한적 경쟁원칙이 상호 배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 7월 한-EU FTA가 잠정 발효돼 협정당사자인 양 측은 협정에 합치된 법령과 조례를 운영해야하는 의무를 갖게 됐다. 잠정 발효란 유럽연합과 맺은 자유뮤역협정에만 있는 제도로 연합 내 27개 회원국이 각각 국내 절차를 종료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 일부 조항을 제외한 나머지 90%를 우선 발효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지역 다수의 자치구들이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제정한 SSM 규제 조례가 한-EU FTA의 기본원칙에 저촉될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한-EU FTA는 국내외 상품 간 차별을 금하는 ‘내국민 대우원칙’, 반경쟁적 거래를 금지하는 ‘경쟁제한 금지원칙’, 시장접근을 제한하는 ‘시장접근제한 금지원칙’ 등 자율적 무역관계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자치구의 SSM 규제 조례는 상위법인 ‘유통산업발전법’에서 위임받은 거리제한을 명시하고 있어 FTA의 기본 원칙과 충돌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전 유성구의회 등이 제정·공포한 ‘유통기업상생발전 및 전통상업보전구역 지정 등에 관한 조례안’은 전통시장의 반경 500m 이내에 SSM 입점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자치구의 SSM 규제 조례가 한-EU FTA의 원칙과 충돌하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그렇다고 당장 조례를 폐기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잠정발효 기간 동안 국가가 선제적으로 협상을 주도해 조례안을 조정·대처해야 한다”며 “지자체는 유통법 등 상위법의 변동에 맞게 법규나 조례를 조정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서희철 기자 seeker@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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