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병·의원들이 무너지고 있다. 경영난을 겪던 충북 도내 수십 곳의 의원급 의료기관이 환자부담금을 보조하기 위해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받는 건강보험급여비를 금융기관 등 채권자에게 압류당하고 있고 그 건수와 금액도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서민들과 밀착해 건강을 돌보는 병·의원급 1차 의료기관의 붕괴는 국민의료비 부담으로 고스란히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건강보험급여비를 압류당한 충북 도내 의료기관 수는 총 14곳으로 그 금액만 38억 300만 원에 달한다.

건강보험급여비를 압류당한 도내 의료기관은 지난 2006년 한 곳도 없었지만, 2007년 1곳, 2008년 3곳, 지난해 4곳, 지난해 기준 14곳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 2008년 1200만 원에서 불과하던 압류금액도 2009년에는 무려 41억 200만 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기준 38억 300만 원을 기록하고 있다.

급여비를 압류당한 의료기관 대부분은 덩치가 큰 종합병원보다 개인이 운영하거나 진료건수가 적은 병원이나 의원급에 몰리고 있다. 도내에서 최근 5년간 급여비를 압류당한 의료기관 22곳 모두가 병원이나 의원급으로 이는 덩치가 큰 종합병원보다는 동네 병·의원급 의료기관들이 경영난에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고 금융기관 등 채권자에게 건강보험급여비를 압류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동네 병·의원들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병원이 늘어나는 등 의료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낮은 건강보험 수가와 고가의 의료인력 인건비 등 1차 의료기관인 동네 병·의원들이 총체적인 경영난에 봉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개업 의사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나 과도한 설비투자, 규모 확장 등 환자를 모시기 위한 출혈경쟁으로 약값이나 의료기기대금 등을 제때 치르지 못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채무를 제때 갚지 못하고 건강보험급여비를 압류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병·의원 간 기능 세분화가 안 돼 있고 되도록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자 하는 정서도 중소 병·의원 경영난에 따른 건강보험급여비 압류의 또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며 “1차 의료기관의 붕괴는 서민들의 의료비 부담과 함께 자칫 과잉 진료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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