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범덕 청주시장이 지난 24일 간부들과 야구장을 찾아 술판을 벌인 것과 관련해 한 시장의 해명이 거짓이라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야구장에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 소주가 반입됐다는 정황은 물론 VIP실 사용도 한화 측의 일방적 배려가 아닌 시의 선택이었다는 증언이다. 특히 한 시장과 간부들은 상급기관 감사기간임에도 이날 야구관람에 늦지 않기 위해 근무시간중 사무실을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소주반입 정황 '속속'
한범덕 청주시장은 지난 29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야구장 술판' 보도와 관련해 "한화 측에서 제공한 간단한 다과와 음료수, 캔맥주를 마셨을 뿐 술판을 벌인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그러나 본보가 경기당일 중계방송 영상을 정밀분석한 결과 당시 한 시장과 함께 했던 일행 중 한 명이 컵에 '페트병에 담긴 투명한 액체'를 따른 뒤 이어 캔맥주를 섞어 마시는 장면이 포착됐다. 특히 야구장 반입금지 물품인 '소주'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이 페트병은 야구장 인근 노점에서 보안요원들의 눈속임을 위해 소주를 담아 판매하는 페트병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보여진다. 현재 한화구단은 안전상의 이유로 유리병에 담겼거나 6도 이상의 주류는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청주시는 “한화측이 제공한 다과와 캔맥주 외에는 마신게 없다”고 했으나 치킨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한화구단 관계자는 "다과 외에도 치킨 등을 제공하고, 생수병과 다른 물병이 반입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술인지 물인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는 "시 관계자가 소주를 들고 들어갔더라도 현실적으로 우리 입장에서 공무원을 검색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난처해하기도 했다.
 

◆VIP실 사용 한화 측 배려(?)
당일 야구장을 찾았는데 빈 좌석이 없어 한화 측이 VIP실로 안내해 경기를 관람했다는 해명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구단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고위인사가 야구장을 찾을 경우 VIP실과 지정석을 둘 다 준비해 놓는게 일반이다. 이번 경우도 한화 측은 청주시에 지정석과 VIP실 중 선택할 것을 사전통보했고, 시가 VIP실을 사용하겠다고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전날 시가 언론 등에 배포한 24일 한 시장 공식일정에 이미 '야구장 관람'이 잡혀 있었던 점, 올해 처음 열린 청주구장 3연전으로 표구하기 경쟁이 치열했던 점 등을 감안하면 한화 측의 설명대로 사전에 관람장소가 정해졌을 가능성이 높고 경기 당일 빈 좌석이 없어 VIP실로 안내됐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게 중론이다.

한화구단 관계자는 "앞서 시 관계자가 VIP실로 쓰겠다고 알려와 한 시장 일행을 VIP실로 안내했다"며 "다만 야구장에서 즉시 VIP실로 안내받은 한 시장은 시 관계자에 의해 사전에 관람장소가 정해진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근무시간에 식사
시장과 간부들이 야구관람을 위해 근무시간에 저녁식사를 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돼 물의를 빚고 있다. 청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한 시장과 시청 국장 등은 이날 오후 5시 30분에 예약을 해놓은 시청 근처 한 식당에서 간단한 식사를 가진 후 6시 40분 경 야구경기장에 도착했다. 결국 야구관람을 위해 퇴근시간보다 30분 앞서 사무실을 나간 셈이다.

특히 청주시는 지난 22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상급기관인 충북도로부터 정기감사를 받는 중이어서 피감기관의 수장인 한 시장을 비롯한 간부공무원들의 근무시간 이탈은 행정적으로도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한 지역인사는 "시구 등 공식일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모범을 보여야할 이들이 근무시간에 저녁을 먹고 야구장을 찾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더구나 감사기간중 이같은 행동을 한 이들이 과연 공직기강 해이를 질타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지난 24일 청주야구장을 찾았던 시민 이모(33·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씨는 "야구장 VIP실에서 술잔을 부딪히며 폭탄주로 보이는 술을 마셨다는데 술판이 아니고 무엇이냐"며 "이러고도 반성은커녕 오히려 잘못이 없다고 기자회견까지 한 시장의 모습이 뻔뻔스럽다 못해 청주시민으로서 부끄럽기까지 하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소주반입은 말도 안 되고, VIP실 사용에 대해서도 한화 측으로부터 지정석과 VIP실 중 선택할 것을 제안받은 바도 없다"며 "다만 경기시간 때문에 조금 일찍 사무실을 나간 점은 인정한다"고 반박했다.

전창해·심형식 기자 widese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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