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제재로 가계대출을 중단했던 시중은행들이 내달 1일부터 가계대출을 다시 취급키로 했다.

그러나 최근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지난 2월부터 6개월 연속 증가되면서 금융당국의 제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은행들은 대출심사 기준을 까다롭게 검토, 이전처럼 쉽게 대출 받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대출 억제를 핑계로 은행들이 대출금리까지 속속 올리고 있어 서민들의 고통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시중은행권에 따르면 대출을 제한했던 농협과 하나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은 실수요 대출은 풀어주되 엄격한 심사기준은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실제 이달 18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 신규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했던 농협은 내달 1일부터 대출을 재개한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엄격하게 제한했던 신규 가계대출의 문턱을 내달부터 낮춘다는 방침으로 꼼꼼한 대출 심사를 통해 불필요한 대출 수요를 줄인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도 일시 중단시켰던 거치식 분할상환 및 만기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과 엘리트론, 샐러리론, 직장인대출 등의 신용대출을 재개키로 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엄격한 심사기준을 잣대로 대출 수요자들의 개인신용과 상환능력 등을 꼼꼼히 따져본다는 방침을 갖고 있는 만큼 대출문턱이 낮아질 지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요자가 원하는 대로 대출을 해주면 금융당국의 제시했던 가이드라인은 지키지 못할 수밖에 없다”며 “내달부터 다시 대출을 시행하기로 했지만 심사기준이 까다롭게 진행되기 때문에 은행들이 쉽게 돈을 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은행들이 대출 억제를 이유로 대출금리를 잇따라 올리고 있어 서민들의 고충은 더 깊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은행은 이번주부터 일부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0%포인트 인상했고, 신한은행도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금리를 0.50%포인트나 올렸다.

다른 은행들도 대출금리 인상을 추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직장인 이모(33) 씨는 “은행들이 대출 제한을 풀겠다고는 하지만 심사기준을 까다롭게 한다는 것은 사실상 ‘속빈강정’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서민들의 입장을 고려해 다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호창 기자 hcle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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