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폐수와 하수슬러지 등의 폐기물을 바다에 버려온 처리업체들이 정부의 방침에 반발하며, 처리중단을 감행한 가운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안일한 행정관행이 사태를 확산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국토해양부, 환경부, 대전시 등에 따르면 음식물폐수와 하수슬러지, 가축분뇨 등을 해양 처리하는 업체들의 모임인 해양배출협회는 최근 국토부가 내년부터 축산폐수와 하수슬러지의 해양배출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내용의 '해양환경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자, 이에 반발해 지난 29일부터 해양배출을 전면 중단했다.

이번 파업에 돌입한 19개 업체에 할당된 해양배출폐기물의 연간 허용량은 129만t으로 전체업계의 32.3%에 해당한다.

대전의 경우 음식물쓰레기 490t, 하수슬러지 240t이 매일 발생하며, 이 가운데 대부분이 수거·운반업체를 거쳐 해양배출 업체로 넘어가 바다에 버려진다.

폐기물 해양배출은 각 지자체와 폐기물처리 위탁 계약을 맺은 소규모 위탁업체들이 대형 해양처리업체들에게 이를 맡기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현재 이들 업체들의 수거 중단으로 당분간 위탁업체들의 자체 탱크에 저장되거나 다른 경로를 통해 처리되고 있다.

수거가 중단된 폐기물들은 당분간 위탁업체들의 자체 탱크에 저장해 둘 수 있지만 용량에 한계가 있고, 육상처리나 매립할 경우 비용 상승 및 민원발생 시 처리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등 불안전한 시스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도 “최대 10일은 버틸 수 있지만 만일 이들 업체들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대규모 폐기물 처리 불능으로 추석을 전후해 전국에 쓰레기 대란이 우려된다”면서도 “이미 지난 2006년부터 부처 간 논의를 거쳐 오랫동안 예고해 온 만큼 시행령 연기는 불가하다”며 강행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현실적 대안도 없이 폐기물의 해양투기 전면금지를 추진한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고, 이를 사전에 알면서도 대처하지 못한 전국 각 지자체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는 해양오염을 방지하는 '런던협약' 당사국 중 유일하게 가축분뇨와 음식물폐수, 하수슬러지 등 하수 오니(汚泥) 해양 배출국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폐기물 해양 투기의 전면 금지를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전국 각 지자체에 육상처리 시설의 설치 및 보급을 권장했으며, 대전시도 민선4기인 지난 2008년부터 원촌동 대전 하수처리장 내 하수슬러지 처리 시설을 설치키로 하고, 이를 추진하려 했지만 인근 주민들의 집단민원에 부딪혀 전면 백지화를 선언한 바 있다. 또 음식물쓰레기의 자원화를 위해 금고동 제2매립장 부지에 자원순환단지를 조성키로 했지만 현 계획대로 추진한다 해도 오는 2014년에야 준공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폐기물 처리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하수슬러지를 육상 처리업체에 위탁·처리할 계획이지만 비용 상승은 물론, 지역 간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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