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사실상 전면 중단한 채 기존대출의 원금 상환을 촉진하기 위한 금리 인상의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서민들의 지갑에 빨간불이 켜졌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번주부터 일부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0%포인트 인상하고, 신한은행도 최근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금리를 0.50%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대출 금리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은 최근 무섭게 상승한 소비자물가와 맞물려 서민들에게 ‘이중고’를 안겨줄 전망이다.

직장인 최모(35) 씨는 “은행에서는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무기한 재개하기 어렵다고 하고 있고 대출금리까지 올리고 있어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최악의 수준”이라며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을 갈아타려 했는데 은행들 돈이 막혔으니 어렵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최근 물가도 많이 올라 살림에 힘든데 이렇게 무작정 대출을 제한하면 서민들에게 금리가 높은 2금융이나 대부업체를 이용하란 소리밖에 안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대책 시행에도 불구, 가계부채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이달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제시하고 있는 가계대출 한도를 대부분 소진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4조 2814억 원으로, 지난 7월보다 4270억 원(0.7%) 증가해 당국의 가이드라인인 0.6%를 웃돌고 있다.

우리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60조 1780억 원으로 3540억 원 늘어나면서 가이드라인 수준에 도달했다.

농협은 지난 17일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은행은 50조 5720억 원으로 2627억 원 늘어나 가이드라인에 육박하고 있다.

또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은행의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지난 2월부터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으며, 지난달의 가계대출 규모는 2조 3000억 원이 증가했다.

이렇듯 대출 규모가 계속해서 늘어나자 일부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과 모기지론, 주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을 이달 말까지 전면 중단키로 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한 금융전문가는 “이번 대책으로 인해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 서민들의 불편이 잇따르고 있으며 무작위한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잠정중단은 상당한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특히 자금 수요가 많은 월 말과 추석 명절을 앞두고 대출이 어려워진 가계와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을 전전하고 있어 이들을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호창 기자 hcle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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