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범덕(맨 오른쪽) 시장을 비롯한 청주시 간부공무원들이 지난 24일 청주야구장 VIP실에서 술판을 벌인 장면이 전국에 생중계 되면서 시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은 한 시장을 비롯해 국장급 간부공무원들이 술을 권하는 모습이 중계된 화면. MBC SPORTS 화면 캡처
최근 청주시 간부 공무원의 성추행 사건과 재난사고 늑장대처 등으로 공직기강이 무너졌다며 진노하고 이를 바로잡을 것을 강력 지시했던 한범덕 시장이 국장급 간부 공무원들과 24일 청주야구장에서 술판을 벌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비난이 들끓고 있다. 시장 비서실장을 비롯한 과장급 공무원들은 이날 장애인들을 위해 마련한 관람석을 차지하는 특권을 누렸다. 시장을 포함한 시정운영의 핵심참모들이 이 같은 인식을 갖고 직원들에게 공직기강을 확립을 외치니 무슨 영(令)이 서겠냐는 반응이 청내에 지배적이다.

지난 24일 청주에서 열린 한화와 삼성의 시즌 16차전 경기관람을 위해 야구장을 찾은 한 시장은 국장급 간부공무원들과 VIP실에서 음주를 하는 모습이 스포츠방송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 됐다. 이들의 행동은 특히 VIP실의 불을 환히 밝힌 채 이뤄져 빈축을 사고 있다.

청주야구장의 VIP실은 포수와 주심의 바로 뒤편에 위치해 불을 환하게 켜놓을 경우 집중력이 필요한 투수 등 선수들의 경기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평소 야간경기에는 불을 끄고 관람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한 시장을 비롯한 간부공무원들은 이날 한 시장과 건배를 위해 잔을 들고 VIP실 내를 돌아다녀 음주를 즐기는 모습을 그대로 연출했다. 이를 본 스포츠방송 해설자가 “VIP실이 밝아 경기에 방해가 된다”는 멘트가 나간 후에야 꺼졌다. 이처럼 공직자의 신분을 저버린 채 공공장소에서 술판을 벌인 이날은 한 시장의 60회째 생일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청주시 간부공무원들의 도덕 불감증은 다른 곳에서도 벌어졌다. 이날 청주시 과장급 간부공무원들이 장애인 전용석에서 야구를 관람하던 모습이 유력 스포츠 전문지에 의해 보도됐다. 이들은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관람할 수 있도록 표시가 돼 있는 장애인 전용석에 접이식 의자를 옮겨 놓고 야구를 관람했다. 특히 이들의 행동은 지난 23일과 이날까지 이틀연속 만원관중으로 인해 일반관중들은 통로와 계단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가운데 벌어져 더욱 비난을 샀다.

청주시 간부공무원들의 이 같은 행동이 포털사이트를 통해 일반에 알려지자 비난 댓글이 폭주했다. 공무원의 권위의식을 꼬집는 댓글이 많았고, 청주를 비하하는 글도 계속해서 올라왔다. 청주시민임을 밝힌 일부 누리꾼은 한 시장과 간부 공무원들임을 알아보고 “너무 창피하다. 전국에 망신살”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 다른 시민은 “시장을 비롯한 간부공무원들의 도덕성과 행실이 저 정도인데 어떻게 흐트러진 직원들의 근무기강을 바로잡겠냐”며 강력비난했다. 이번 파문에 앞서 한 시장은 최근 청주시 간부공무원의 성추행과 경찰관 폭행사건까지 발생하자 지난달 14일 사무관 이상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성희롱 예방 및 공직기강 확립 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또 지난 14일 한 청주시민이 자전거 산책을 나갔다 느티나무에 깔려 숨졌음에도 청주시의 조치가 지연된 사건이 발생하자 다시 한 번 공직기강 해이를 질책하기도 했다.

이에 청주시는 지난 23일 고인쇄박물관 세미나실에서 각 실과, 직속기관, 구청 담당급 이상 300여 명을 대상으로 공직기강 확립 특별교육을 벌이기도 했다. 또한 청주시는 현재 충북도의 감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청주시 공직자 출신의 한 시민은 “민선5기 취임 초부터 인사불신으로 인해 기강이 무너지기 시작하다 결국 성추행과 폭력사건, 재난사고 늑장대처 등 공직기강해이가 도를 넘은 것으로 모든 책임은 한범덕 시장에게 있다”며 “이를 바로잡기위해선 한 시장을 중심으로 간부공무원들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직원들이 긴장을 하는데 ‘공직기강을 확립하라’고 목청을 높인지 며칠도 안돼 공공장소인 야구장에서 고위간부들과 함께 술판을 벌이는 모습이 전국에 알려져 망신을 당하니 이를 본 직원들이 어떻게 보고 무슨생각을 하겠냐”고 비난했다.

이에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한 시장의 생일을 맞아 다른 식당에서 술을 마시는 것보다 시민들과 스포츠를 관람하는 문화를 공유하고 싶어 야구장을 찾았다”며 “경기시작 때까지 빈의자가 깔려있어 장애인석인줄 몰랐다”고 말했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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