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고 또 걸려도 또 판다.”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충북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이 유사기름의 천국이 되고 있다.

최근 3년간 유사기름을 팔다 적발된 주유소 중 주유소 이름이나 사업주만 변경해 재차 유사기름을 판매하다 무려 5회 이상 적발된 주유소 5곳이 모두 흥덕구 봉명동에 위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지역에는 모두 20여 곳의 주유소가 영업 중이다. 지식경제부와 석유관리원 등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유사기름을 팔다 적발된 충북지역의 주유소 중 사업자명이나 간판 등을 변경해 다시 유사기름을 판매하다 5회 이상 적발된 주유소 5곳 모두가 청주시 봉명동에 위치했다.

유사기름을 판매하다 적발된 봉명동의 5곳의 주유소 중 3곳은 각각 유사휘발유와 유사경유 만을 판매하다 5번 이상 적발됐고, 나머지 2곳은 유사휘발유와 유사경유를 함께 판매하다 당국의 단속에 5번 이상 재적발됐다. 이밖에 청주시 봉명동의 또다른 주유소 2곳도 유사기름으로 적발된 뒤 재차 유사기름을 팔다 2회 이상 재적발됐다.

이처럼 봉명동이 유사기름의 천국이 되고 있는 것은 지난 2008년 기름값이 사상 최고점을 찍으면서 다른 어느 지역보다 주유소가 많은 봉명동에 위치한 주유소 간 경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주유소가 밀집돼 있다보니 가격경쟁이 심해졌고 한 두 곳의 주유소가 유사기름을 팔다 적발된 뒤 사업자 등을 바꿔 다시 영업을 재개하면서 또다른 주유소들도 유사기름을 팔기 시작했다는 게 인근 주유소 업주들의 설명이다.

또 유사기름 단속에 따른 약한 처벌과 유사기름을 팔다 3번 이상 적발되면 주유소 등록을 취소시키는 이른바 ‘삼진아웃제’를 피해가는 각종 편법도 봉명동이 유사기름의 천국이 되버린 또다른 이유가 되고 있다.

봉명동의 한 주유소 업주는 “그동안 한 번 적발되면 적어도 행정처분 기간 동안은 안전하기 때문에 비위행위를 계속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봉명동의 모든 주유소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일부 주유소를 제외하면 다들 정직한 기름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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