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희귀 겨울철새들의 낙원이 해당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 위협받고 있다.

<본보 1월 8일자 1면·6면·21면 보도>특히 충남 연기군 동면 합강리 일대는 큰고니, 흰꼬리수리 등 법적 보호종을 포함해 103종, 1만 9000여 개체의 동물들이 분포하는 핵심 서식지로 생태경관보전지역 또는 야생동식물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관리돼야 하지만 오히려 수렵 가능지역으로 둔갑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3월과 7월 금강유역환경청이 두 차례 작성한 금강 미호천에 대한 ‘생태계변화관찰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이 일대는 금강유역의 대표적인 철새도래지로 말똥가리, 황조롱이, 흰꼬리수리, 흰목물떼새, 큰고니, 참수리 등 멸종위기 1~2급과 천연기념물들이 집중 분포한 것으로 밝혀졌다.

무엇보다 전국에서 몇 안 돼는 황오리의 서식지로 이동 중인 겨울철새들의 휴식공간이자 중요한 먹이 공급처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내부의견이 첨부됐다. 또 금강보전네트워크,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환경연합 등 충청권 환경단체들이 작성한 생태계 관찰보고서에도 전국에 대표적인 내륙지역의 철새도래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연기군은 총 293.07㎢에 달하는 수렵가능지역에 이 일대를 포함시키는 우를 범했고, 이에 대한 승인을 담당한 환경부도 생태계적 고려 없이 수렵을 허가해 사태를 악화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일부 엽사들의 무지와 묻지마 총격에 수렵 허가지역은 물론 금지구역에서 법적 보호조류들이 무차별적으로 포획됐으며, 겨울철새의 낙원은 철저하게 파괴됐다는 것이 환경단체 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에 대해 연기군 관계자는 "그동안 고라니, 멧돼지 등 유해동물들이 이 일대 농작물에 큰 피해를 줬다"며 "수렵기간이 시작되면서 큰고니, 큰기러기 등 겨울철새들은 이미 다른 지역으로 서식지를 옮겼기 때문에 생태계가 파괴됐다고 보기에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본보 보도가 나간 8일 충남도, 연기군, 금강유역환경청, 한국동식물보호관리협회 등 유관기관들은 이 일대에 대한 특별 지도·점검을 실시한 결과 허가받지 않은 공기총을 소지한 안 모(52) 씨를 야생동식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적발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