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장마와 태풍으로 얼룩진 여름이 어느덧 지나가고 서서히 가을이 오고 있다. 가을에는 벌초와 성묘, 논밭에서 추수작업, 도토리·밤줍기 등 산과 들에서의 야외활동이 많아진다. 이와 함께 동물이나 동물들의 배설물에 대한 접촉의 기회도 늘어나게 되는데, 이런 과정에서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병을 얻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자연상태에서는 척추동물에 감염을 일으키는 병원체인데, 이 병원체가 사람에게 전파돼 발생하는 감염병을 인수(공통) 감염병이라고 한다. 가을철을 중심으로 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때로는 생명을 잃는 이러한 감염질환 중에는 쯔쯔가무시병, 렙토스피라증, 유행성 출혈열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가을철 자주 발생하는 열성 감염질환에 대해 단국대학교병원 감염내과 이지영 교수에게 들어봤다.


△ 쯔쯔가무시병

‘쯔쯔가무시’란 이 병의 매개충의 일본말이다. 이는 동남아 및 극동지역에서 발생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환자가 발생한다. 매개충의 유충은 애벌레로 변태할 때 동물의 조직액을 먹어야 하는데, 이때 그 옆을 지나가는 동물을 물고 조직액을 먹은 다음 다시 자연계에서 생활하며 다시는 동물을 물지 않는다. 매개충이 사는 환경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즉 농부, 군인, 야외활동이 잦은 사람은 이 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진드기가 계절에 따라서 많아졌다 적어졌다 하는 것에 의해 이 병의 유행시기가 결정된다.

우리나라의 유행계절이 늦가을인 것은 매개충이 9~11월에 많아지는 것과 관계가 깊다. 매개충인 진드기의 유충이 사람의 피부를 물고 조직액을 빨아먹을 때, 병원체가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간다. 문 자리에서 병원체가 증식하면 그 자리에 구진이 생기고, 이어 궤양이 된 다음에 까만 딱지가 앉는다. 이곳의 소속 림프절이 붓고, 4~5일 이내에 전신 림프절이 커지며, 전신으로 퍼진다. 갑자기 열, 두통, 근육통이 생기며, 열은 발병 3~4일 후에는 40도 전후까지 올라가고 치료하지 않으면 1~2주간 계속된다.
 
또 진드기가 물린 자리에는 딱지가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딱지는 겨드랑이, 서혜부, 음부 등에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온 몸을 주의해서 살펴야 놓치지 않고 찾을 수 있다. 항생제 치료를 하며, 투약 후 보통 2~3일 안에 열이 내리고 전신 증상이 좋아진다. 노인 등 일부 환자에서는 치료 후에도 심한 쇠약감 등이 일정기간 지속될 수 있다.

- 예방 아직 백신은 없다. 위험지역에서는 예방 약제를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야외활동 시 진드기가 접근하는 것을 방어할 수 있는 화학약품을 의복이나 모포에 스며들게 하거나, 노출된 피부에는 진드기 방충제를 바르도록 한다. 매개충을 없애기 위해서 살충제를 쓰거나 물리지 않도록 구충제를 쓴다.

△ 렙토스피라증

렙토스피라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발생한다. 쥐나 다른 설치류가 중요한 병원소이고, 개, 소,돼지 같은 가축이나 애완동물도 렙토스피라를 배출한다. 렙토스피라는 이들 동물의 체내에 있으면서 오줌으로 나온다. 이 오줌으로 흙이나 물이 오염되고, 여기에 있는 렙토스피라가 사람의 피부나 점막의 상처를 뚫고 들어와 감염증을 일으킨다. 환자로부터 나온 렙토스피라가 다른 사람에게 옮는 것은 아주 드물다.

우리나라의 유행은 가을철 추수와 관계가 있다. 피부와 점막을 뚫고 들어온 렙토스피라는 곧 혈행을 타고 전신에 퍼지며, 다양한 임상 증세를 보인다. 갑작스런 오한과 발열, 두통, 눈의 충혈, 심한 근육통이 이 병에서 자주 보이는 특징이다. 특히 하지(허벅지와 장단지) 근육통이 심하여 걷지 못할 정도로 아프다. 항생제 치료는 병이 발생한 지 4일 이내에 시작하면 효과가 있다. 출혈이 있는 환자는 절대적 안정을 취해 더 이상 출혈되지 않도록 한다. 호흡부전, 신부전, 저혈압 등에 대한 대증요법이 매우 중요하다.

- 예방 동물이 병원소이므로 렙토스피라를 지구상에서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균이 피부를 뚫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몸을 보호(장화 등 보호구 착용)한다. 일정 기간 동안 이 병에 걸릴 위험이 높으면, 그 기간 동안 독시싸이클린(일주일에 한 번, 200mg)으로 화학예방을 한다.

△ 유행성 출혈열

유행성 출혈열은 들쥐의 배설물과 함께 나온 원인 바이러스가 야외활동 과정에서 먼지형태로 날리면서 사람이 흡입을 해서 감염된다. 우리나라에서는 1년 내내 발생되나 농촌에서는 10~12월에 특히 많이 발생한다. 초기에는 고열이 일주일 가량 지속되며, 허리 통증이나 두통, 구역·구토, 복통 등을 호소한다. 또 눈이 충혈되며 특징적으로 겨드랑이 부위에 출혈성 반점이 나타난다.

대개 일주일이 지나면서 열은 떨어지는 반면 소변량이 감소하면서 전신부종이 생긴다. 열이 떨어지는 시기에 쇼크가 올 수 있어 병원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간혹 쇼크가 발생하거나 신장이 망가져 끝내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사망률 5~10%) 무서운 질병이다. 현재로서는 특이적인 치료제는 없으나 동반되는 다양한 합병증을 적절히 치료하면 사망률을 5% 이하로 낮출 수 있다.

- 예방 유행성 출혈열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이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접촉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유행성 출혈열 바이러스에 접촉할 기회가 많은 사람들 즉, 논밭에서 일을 많이 하는 농부, 야외에서 훈련을 하는 군인, 골프, 등산, 캠핑 등을 즐기는 사람, 유행성 출혈열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의 주민들은 예방주사를 맞아 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능력을 몸에 길러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을철에 여러 가지 야외활동을 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발열질환들을 미리 알고 초기 증상이 나타날 때 병원을 방문해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감염질환 발생 시에 여러 가지 치료 원칙이 있지만 초기에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도움말 =  단국대학교병원 감염내과 이지영 과장

천안=최진섭 기자heartsun1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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