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 암자로의 초대다.

때 묻지 않아 하얀 광목처럼 청정한 곳, 맑은 하늘과 깨끗한 물, 푸른 숲과 바위, 그리고 순진무구한 사람들이 텅 빈 마음으로 사는 곳. 저자에게 암자는 그리움이 머무는 곳이자 인연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세속 나들이에 지친 현대인들이라면 아마도 이 책에서 시선을 떼지 못할 것 같다. 바로 '깨달음'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암자에서 찾은 마음의 평안과 무심(無心)의 경계를 넘나들며, 가치 혼돈의 시대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인연과 만남이 왜 소중한지'를 현대인들 스스로 되묻게 만든다.

평소 보이지 않았던 것과 깨닫지 못했던 것들 그리고 자아에 대한 성찰에 이르기까지 고백의 연속이기도 하다.

'산다는 것은 인연의 만남이다. 인연의 고리를 통해 우리는 더 아름답고 더 고귀하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자연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세상을 내려다보니 각박하고 욕심덩어리들로 가득했다.'

이처럼 ‘암자’라는 공간은 저자에게 매우 특별한 공간이다.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고 자신과 삶에 대해 돌아보는 깨달음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런 저자 역시 암자생활이 쉽지는 않았다.

저자는 "비록 초기 암자생활은 낯설음과 불편함의 연속이었지만 그것도 잠시, 진리를 깨달을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생사의 고비를 힘겹게 넘긴 저자는 지치고 초췌한 병자의 몸을 이끌고 한 암자를 찾게 된다.

그곳에서 당대 최고의 염불승인 명진 스님을 만나게 되고 하루 3번 예불하면서 무심(無心)으로 여름 한철을 보내게 된다.

또 세상의 빛이 되고자 한다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진리도 터득한다.

저자는 명진 스님과의 인연에 대해 이렇게 추억한다.

'인연은 스치는 바람처럼 짧았지만 추억은 아름답고 길었다.'

긴 여운이 남는 인연… 바쁜 현대인에게도 과연 그런 인연이 존재할까. 그리고 나 스스로가 그런 인연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사람들의 마음에는 저 마다의 나침반이 있다고 한다. ‘가치 혼돈의 시대! 과연 우리들이 가고자 하는 곳은 어디일까?”

이 책은 앞만 보고 달리는 이들에게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지게 한다. 운주사, 8500원

김항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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