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으로 인해 '급식 질'이 떨어지고 일선 시·군 등 지자체를 통한 재원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는 이상 '선택급식(제한급식)'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충북의 경우 무상급식 6개월여를 맞고 있지만 일선 학교와 교육청의 반응이 마냥 호의적이진 않은 것이 사실이다. 재원마련의 어려움과 급식 질 문제가 늘 언론의 도마에 오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무상급식 설문조사 결과 조차도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내려져 그 빛을 잃고 있다. 당장 내년 무상급식을 위해 재원마련 대책을 세워야하지만 충북도와 시·군 등과의 배분문제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무상급식 만족도 '하락'

지난달 충북도교육청은 무상급식과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무상급식은 아쉬운 부분이 크다는 평가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초중학교 무상급식을 시행한 충북의 급식 만족도가 지난해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지역 학생 1만 971명을 대상으로 상반기 학교급식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초·중학생은 69점(100점 만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2점이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무상급식을 하지 않은 고등학생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0.2점(64점)이 높아졌다. 학교급식 만족도 조사는 학생·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영양상태, 음식재료 품질, 위생상태, 음식의 맛과 양, 급식 종사원의 친절도 등 13개 항목에 대한 설문조사 형식으로 1년에 두 차례 실시된다.

이번 조사에서 초·중학생은 급식 품질과 관련된 7개 항목 중 '음식의 양'에 3.21점을 줘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급식 질의 경우도 3.45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3점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급식 질·양 '불만 높아'

초·중학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무상급식과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점에 대해서는 △급식의 질이 낮아짐 59% △급식의 양 감소 15% △위생 및 음식조리의 소홀 14% △서비스 품질 저하 7% △아이들의 위축 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 학교급식의 친환경농산물 사용과 관련해 70%가 '자치단체의 별도지원'(36%)이나 '무상급식비 단가인상'(34%)을 통해 친환경 농산물 사용 확대를 원했으며 30%는 '현재 지원된 범위에서 친환경 음식재료 사용'이라고 답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초·중학교의 급식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진 것은 배식 대기시간 지연과 물가상승에 따른 후식 제공 횟수, 육류반찬감소 등이 원인인 것 같다"며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급식의 질이 낮아지지 않도록 물가 인상을 고려한 다양한 예산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듯 학생과 학부모는 급식 질 저하와 친환경농산물 사용, 무상급식비 단가인상 문제를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꼽고 있다.

◆재정여건 고려 제한적 무상급식 여론

도교육청은 내년도 무상급식을 위한 예산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부족은 예견된 일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긴급회의를 열고 해결책을 찾고있지만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

청주시 관계자는 "도내 전체 초중생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청주시의 경우 내년 예산부족으로 각종 경상경비를 감축하는 상황에서 무상급식 분담률이 시 재정편성에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어 "당초 올해 자치단체 부담금 300억 원중 시·군 분담률을 50% 정도로 보고 70억 원 수준으로 예산작업을 벌였다가 도의 요구로 30억 원 가량이 늘어나 뒤늦게 재원마련에 애를 먹었었다”며 “일단 내년에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예산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재정이 열악한 시·군의 경우는 도와 갈등을 빚을 소지도 다분한 상황이다.학교현장도 재원조달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한 학교의 관계자는 "교육청에서도 종사원들의 인건비를 지원하지 않을 경우 학부모에게 부담을 지을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학교 운영경비는 지출항목이 정해져 있어 학교에서도 대책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당초 무상급식을 하려고 했던 것이 잘못"이라며 "재정여건을 고려해 일부 선진국 처럼 저소득층 등에게만 제한적인 무상급식을 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무상급식을 고집하는 것은 정치인들의 포퓰리즘과 무관치 않다는 게 지배적인 여론이다. 따라서 맛이 없다며 학교급식을 기피하는 부유층 자녀 등에게까지 공짜로 제공하는 현행 급식 방식은 저소득층이나 사회적 소외계층, 중산층 이하 자녀 등에게만 제한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게 급식의 질을 높이고 재정의 효율적 운용면에서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재원마련에 어려움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과감하게 무상급식에서 제한적 무상급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무상급식이 필요하지도 않은 부유층 학생에게도 급식을 공짜로 제공하다보니 한정된 재원으로인해 급식의 질은 저하되고, 이로인해 밥을 남기는 학생이 늘어나는 것은 혈세낭비로 정말 필요한 학생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것이 옳은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끝>
 
홍순철 기자 david0127@cctoday.co.kr

<무상급식 관련 우려되는 점>

 급식의 질이 낮아짐 59%
 급식의 양 감소 15%
 위생 및 음식조리의 소홀 14%
 서비스 품질 저하 7%
 아이들의 위축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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