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의 A(18) 군은 지금도 거리를 헤매고 있다. 한 때의 방황으로 고교 1학년 시절이던 2년 전 학교를 뛰쳐나왔지만 갈 곳이 없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할머니 밑에서 자란 A 군은 미안한 마음에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고 말했다. 잘 곳을 제공해주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생활했지만 최근 불어닥친 경제한파로 요즘은 일자리 찾기도 버겁다. ▶관련기사 21면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는 또래 학생들을 볼 때면 어리석었던 2년 전의 자신이 너무 싫어진다고 한다.

A 군은 “전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위기에 처한 대전·충남지역 학생들이 갈 곳을 잃었다.

정서불안, 폭력, 학교부적응, 일탈 등의 이유로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은 제도권에서 배제된 채 미래를 위한 어떠한 희망도 모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경제한파로 인해 일자리를 구하기도 버거운 이들 ‘위기학생’들은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도 모른채 철저히 사회 밖으로 내몰려지고 있다.

대전시교육청과 충남도교육청에 따르면 2007년 기준 지역 내 초·중·고교 학업중단자 수는 대전이 1517명, 충남이 1527명이었다.

도교육청 관계자에 의하면 충남의 학업중단자 수는 경기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전체 학생 수를 감안할 때 대전·충남지역의 학업중단 학생 비율은 전국 최고수준인 것으로 풀이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숫자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대전의 경우 2005년 1059명이던 학업중단자 수는 2006년 1220명, 2007년 1517명으로 매년 20%를 넘나드는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중 가사문제로 학업을 중단한 학생이 2005년 196명에서 2007년 378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학업 중단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음을 보여줬다.

충남지역 학업중단자 수는 2006년 2000여 명에서 2007년 1527명으로 줄었지만 이는 2006년엔 유학·이민자 수가 포함됐기 때문인 것으로 이를 배제한다면 순수 학업중단자수는 늘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러한 세태에도 이들 위기학생들에 대한 사회적 기반은 ‘전무’에 가깝다.

학업중단 학생이나 학교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는 충남에 사립 두 곳이 있고 대전에는 인가된 대안학교가 없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사립 대안학교가 있지만 중학교 졸업장을 필수로 요구하고 있고 학업 우수학생만을 선발하려고 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들 위기 학생들이 갈 곳을 마련해 달라는 여론이 팽배해지자 도교육청은 지난해부터 ‘공립 대안교육지원센터’ 설립을 적극 추진했고 이를 시범으로 운영하기 위한 예산지원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요구했다.

‘공립 대안교육지원센터’는 일종의 치료센터로 부적응 학생이나 학업중단자들의 상처를 치료하고 정상적인 학업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한 후 학교로 다시 돌려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하지만 수차례에 걸친 도교육청의 요구에도 교과부는 예산 상의 이유로 난색을 표했고 갈 곳 잃은 학생들을 위한 쉼터는 표류하고 있다.

대전도 지난해 공립대안학교 건립을 추진했으나 법률상의 문제로 접었다. 따라서 대전과 충남교육계는 ‘위기학생’들을 위한 ‘공립대안교육지원센터’ 건립에 다시 한번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진창현 기자 jch801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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