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덥고 습한 날씨로 몸이 축 쳐지고 피로도 자주 느끼게 된다. 여름철 피로는 낮이 길어 활동량의 급격하게 증가하고 환경변화로 인한 생체 리듬 변화가 그 원인이다. 특히 전 세계적인 경기불황과 정치적 불안전성 등 우울한 소식도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몸을 지치게 한다.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지겠지 했지만 좀처럼 좋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 만성 피로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건양대병원 가정의학과 유병연 교수의 도움말로 만성피로에 대해 알아 본다.


'피로'란 신체적 활동 후 혹은 정서적, 정신적 압력을 받은 후 탈진되거나 힘이 없어지고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그러나 환자들이 호소하는 피로 증상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요인 등 다양한 특징을 갖고 있어 간단히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피로는 나른한 느낌부터 탈진 증상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피로는 강도가 높은 일이나 활동을 하고 난 후에 나타나는 정상적인 증상일 수도 있으나 낮은 강도의 일이나 활동 후 혹은 휴식 시에도 피로를 느낄 경우에는 병적인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피로는 증상 지속 기간으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원인에 관계없이 1개월 이상 피로가 지속되는 경우에는 지속성 피로,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되는 경우에는 만성피로로 정의한다. 1개월 미만 지속되는 피로를 급성피로로 부르지만 저절로 회복되는 일과성 피로를 말하는 것으로 흔히 사용되지는 않는다.

◆피로의 원인은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들의 원인으로는 일반적으로 40~45%가 정신질환, 20~45%가 기질적인 원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환자의 46%에서 기질적인 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피로를 유발할 수 있는 신체 질환으로는 빈혈과 결핵, 만성 간 질환(만성 간염, 간경화 등), 당뇨병, 갑상샘 질환, 신부전증, 심부전증, 암 등이 있다. 신체 질환에 의한 피로는 피로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이 치료되지 않으면 증상이 심해진다.

또 피로 이외에 다른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다. 빈혈의 경우는 숨이 차거나 어지럼증이 있고, 간 질환에서는 소화 불량이 흔한 증상이나 병이 악화돼 간경화로 발전하면 황달이나 복수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이러한 질환들은 병이 어느 정도 진행돼야 전형적인 증상으로 발전하며 초기에는 막연한 피로감만 호소한다. 만성피로를 정신 질환에 따른 경우도 적지 않다. 피로를 유발하는 정신 질환으로는 우울증과 불안증이 가장 많다.

또 사회적·심리적 스트레스에 따른 것도 많다. 지나치게 많은 업무량이나 일상 업무에서 어려운 점에 처해 있고 생활이 불규칙하며, 휴식을 취할 여유가 없으면 만성적으로 피로에 시달리게 된다. 여기에 과음과 운동 부족 등이 겹치게 되면 피로감은 더욱 심해진다.

◆만성피로증후군(CFS·Chronic Fatigue Syndrome)

환자가 호소하는 피로 증상의 기질적인, 정신적인 원인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에는 만성피로증후군의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만성피로증후군은 △설명이 되지 않는 새로운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적 혹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현재의 힘든 일 때문에 생긴 피로가 아니어야 하고 △휴식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특히 다음 증상 중 4가지 이상이 동시에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에 해당된다. 이는 △기억력 혹은 집중력 장애 △인두통 △경부 혹은 액와부 림프절 압통 △근육통 △다발성 관절통 △새로운 두통 △잠을 자도 상쾌한 느낌이 없음 △운동(혹은 힘들여 일을 하고난) 후 나타난 심한 권태감 등이다.

만성피로증후군에 대한 원인과 치료 방법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감염성 질환과 면역체계 이상, 내분비대사 이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성피로의 진단은

만성피로를 느끼는 환자들은 다양한 원인에도 불구하고 신체 질환에서 비롯된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피로감을 느끼는 환자들은 우선적으로 간 기능 검사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간 질환이 심하면 피로한 것은 사실이지만, 피로를 느끼는 사람 중에 간 질환인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B형 간염 보균 상태나 심각한 간 기능 이상을 초래하지 않는 지방간 등은 피로를 유발하지 않는다.

음식적인 요인도 간과할 수 없다. 현대인의 식생활은 인스턴트 식품을 포함한 과열량을 섭취하지만 토양의 산성화로 인한 필요한 미네랄의 섭취는 부족하고, 많은 스트레스를 통한 호르몬의 영향으로 미네랄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에 따른 증상으로 환자들은 피곤함과 무력감, 불면증, 근육통 등을 호소한다. 이런 불균형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머리카락 미네랄 검사를 통한 체내의 미네랄을 측정해야 한다.

피로의 중요한 원인이 되는 정신 질환이나 사회적, 심리적 스트레스에 의한 피로는 검사 상에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는 것은 피로하지 않다거나 피로의 원인을 못 찾았다는 것이 아니다. 피로의 원인이 정신 질환에 의한 것이거나 사회적, 심리적 스트레스에 의한 것이라면 환자는 의사와 상의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만성피로의 치료는

대부분의 만성피로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회복되지만 완치 될 때까지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피로를 유발한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를 해야 하고 진찰과 검사에서 특별한 원인이 없는 경우에는 안심하고 지켜본다.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는 운동을 비롯한 일상적인 신체활동을 피곤하다는 이유로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적절한 활동과 운동을 해야 한다. 또 슬픔과 분노, 좌절 등의 감정을 마음속에 담아두지 말고 느껴지는 대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업무시간을 조절해 여가활동을 즐기는 것도 좋고 술과 커피, 담배는 되도록 줄이거나 끊는 것이 도움이 된다.

건양대병원 가정의학과 유병연 교수는 “만성적으로 피로를 느낀다고 해서 무턱대고 영양제나 보약을 먹기보다는 피로의 정확한 원인을 먼저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평소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꾸고 자기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움말 = 유병연 건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일순 기자 ra11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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