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보험사들이 교통사고가 났을 때 도로와 교통시설 미비 등의 이유를 들어 해당 지자체에 책임을 묻는 소송이 잦아지면서 지자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송이 시작되면 부족한 예산에서 변호사 선임 등 별도 비용의 추가지출을 걱정해야 하고 패소했을 때는 손해배상 등의 명목으로 더 큰 비용의 지출을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주지법 민사1단독 정선오 판사는 지난 15일 무면허·과속 운전을 하다 가로수를 들이받고 숨진 송모 씨의 유족이 “가드레일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32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정 판사는 판결문에서 “겨울철 결빙으로 차량이 미끄러져 가로수에 충돌하거나 논으로 굴러떨어질 개연성이 높은 곳에는 가드레일을 설치해야 한다”며 “하지만, 피고인 지자체는 가드레일을 너무 짧게 설치했다”며 일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사고 당시 운전자는 무면허에 과속으로 운전하다 가로수를 들이받고 숨졌지만, 운전자의 과실에도 가드레일이 짧게 설치됐다는 이유로 지자체에 일부 책임을 돌린 것이다.

개인 뿐만 아니라 보험사가 교통사고가 났을 때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뒤 지자체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소송 또한 지자체의 속을 끓이고 있다. 충북도 등에 따르면 도내 12개 시·군이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보험사로부터 당한 소송은 총 30건으로 전체 소송액만 6억 3000여만 원에 달한다.

시·군 별 소송액을 살펴보면 청주시는 총 4건 소송에 2억 4000여만 원의 소송액을 기록했고 충주시는 6건의 소송에 1억 5000여만 원의 소송액을 나타냈다. 이밖에 도내 다른 지자체들도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소송을 겪었거나 진행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명백한 도로 결함이 아닌 운전자의 잘못으로 사고가 나도 개인이나 보험사들이 소송을 제기하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게 지자체의 하소연이다.

특히 그나마 시는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비교적 덩치가 작은 구나 군청은 소송에 휘말리면 우선 예산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라는 게 지자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음주운전 등 운전자 과실로 발생한 교통사고에서도 도로나 교통시설 등에 약간의 결함이라도 있으면 그것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는 면이 없지 않다”며 “결국 법 감정의 문제인데 최근 법원에서 교통사고 원인에 도로 하자 여부까지 결부시키면서 개인과 보험사의 승소 판례가 늘었고 이로 인해 결국 행정력과 예산낭비 등 해당 지자체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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