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국과위)가 내년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건설 예산을 반 토막으로 삭감한 것을 두고, 대전지역 정치권이 자중지란에 빠졌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년도 과학벨트 예산으로 책정한 4100억 원을 국과위가 2000억 원을 삭감한 채 2100억 원만 책정하자 자유선진당은 ‘반 토막 예산’이라며 정부 여당을 맹비난했다.

선진당은 연일 논평과 보도자료를 통해 “유독 과학벨트 예산만을 반으로 줄인 건 이명박 정부의 과학벨트 추진 의지의 허구성을 명백히 입증한 것”이라면서 “과학벨트를 이처럼 정략적으로 무산시키려 든다면 충청인과 과학기술계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강창희 한나라당 대전시당 위원장이 선진당 등 야당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나서면서 과학벨트 예산 삭감 논란은 대전지역 정치권의 정쟁으로 확전됐다.

강 위원장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책정한 내년도 과학벨트 예산이 국과위에서 2100억 원으로 조정된 것은 사실이지만 2017년까지 5조 200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런 점에서 과학벨트 예산이 절반으로 축소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강 위원장의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일부 대전시 부담’ 주장에 대해서도 선진당이 발끈하고 나서면서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강 위원장은 지난 4일과 11일 “대전시가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는 과학벨트 부지 매입비의 일부를 부담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되풀이해 강조하자 선진당 대전시당은 “국가 주도의 국책사업을 하는데 대전시가 예산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밖의 일”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처럼 대전지역 한나라당과 선진당이 과학벨트 예산 삭감과 부지매입비 문제 등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것에 대해 주무부처인 과학기술부 관계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기부의 한 관계자는 “지역 정치권은 서로 각을 세우다가도 예산에 문제가 생기면 힘을 합쳐 예산을 더 달라고 덤벼든다. 대전에선 과학벨트 예산을 놓고 싸움이 더 가열되는 것 같아 이상하다”며 “부지매입비의 경우도 정부 방침이 세워지지도 않았는데 왜 벌써부터 누가 얼마를 내야 한다고 고민하는지 모르겠다”며 황당해 했다.

지역 안팎에도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정치권이 주도권 싸움만 벌이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인 선진당 이상민 의원은 1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더 이상 과학벨트가 정치 쟁점화되면 안 된다”며 “정파를 초월한 범 정치권협의체를 구성해 대응하자”고 제안했다.

이 의원은 “국과위에서 2000억 원의 과학벨트 예산에서 삭감된 것은 과학벨트에 대한 현 정부의 철학과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내년 1월 출범 예정이던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 가속기 건립, 연구단 구성 등 사업 자체가 지연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당장 KAIST에서 구성하려던 2개의 연구단에서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특히 내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바람 앞의 등불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대전시당도 논평을 통해 “과학벨트 예산삭감 및 부지매입비 문제가 본질을 벗어나 지역 유력 정치인들의 정쟁의 소재로 전락하고 있다”라며 “더 큰 지역갈등으로 비화하기 전에 토론회 등을 통해 공론화 하자”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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