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주년 광복절을 맞았지만, 충청권 내 독립운동 유적지 상당수가 무관심으로 방치된 채 이미 사라지거나 훼손된 것으로 조사돼 광복절의 의미를 무색케 하고 있다.

특히 주말과 방학, 휴가 등이 겹친 올해 광복절, 현충시설 등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점차 줄고 있고 우리 생활 곳곳에 남아 있는 일제의 잔재는 광복절의 의미를 더욱 퇴색시키고 있다.

국가보훈처 용역의뢰를 받은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가 충청권 내 흩어져 있는 독립운동 유적지 가운데 우선 보존 가치가 높은 312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이미 멸실돼 흔적을 찾기 어려운 곳이 무려 136곳에 달했다. 나머지 114곳의 유적지는 변형됐고 18곳은 그나마 복원됐다.

반면, 원형 그대로 보존된 유적지는 44곳에 불과했다.

이처럼 독립운동 유적지의 관리가 미흡한 건 해방 이후 6·25 전쟁 등을 겪으며 상당수 유적이 파괴됐고 역사의식과 보존의식 등의 부족으로 그대로 방치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독립운동사연구소 관계자는 “독립운동 유적지 대부분이 건물이기 때문에 도시개발과 함께 사라진 경우가 많았다”라며 “건물은 사라지고 기념 표석만이 덩그러니 남아있는 곳도 대다수”라고 말했다.

독립운동 유적지 무관심 방치와 함께 광복절을 맞아 현충시설 등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점차 줄고 있다. 청주보훈지청이 8월의 가볼 만 한 우리 고장 현충시설로 지정한 충북 옥천군 군서면 하동리의 충민사.

충북 일원에서 3·1만세운동을 진두지휘하다 옥중에서 순국한 김순구 선생의 영정과 체포된 고향 동지 25인 항일투사의 위패를 모신 사당으로 지난 2002년 건립된 충민사는 3일의 연휴가 이어진 올해 광복절을 앞두고 찾는 사람이 없어 적막감만 흐르고 있다.

충북 도내에 또다른 현충시설도 사정은 마찬가지. 홍보와 관심부족으로 대부분의 현충시설이 찾는 이 없이 외면받고 있다. 최근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우기는 일본의 도발로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언어 등 우리 생활 곳곳에 남아있는 식민지배의 흔적 또한 광복절의 의미를 무색케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오케바리’는 일본어의 ‘おきまり(오키마리)’에서 온 것으로 오키마리는 결정이란 의미다. 또 ‘아싸리’는 일본어의 ‘あっさり(앗싸리)’가 와전된 것으로 그 뜻은 ‘깨끗하게’라는 뜻이 된다.

술자리에서 오가는 '이빠이', 식당에서 흔히 쓰는 '다대기(다진양념)', '삐까삐까', '삐까뻔쩍', '쎄쎄쎄', '아나고', '쿠사리' 등도 일제의 잔재를 확인할 수 있는 용어들이다.

보훈지청 관계자는 “일본이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우기는 상황에서 광복절의 의미는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지나치지가 않다”며 “역사 인식을 개선하고 독립운동 유적은 물론 일제침략사도 함께 조명해 우리역사를 바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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