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양군 비봉면 강정리 주민들이 일제시대부터 지난 95년까지 석면을 채광한 광산 터를 가리키고 있다. 이진우 기자 |
문제의 석면광산은 청양군 비봉면 강정리 산 10번지 일대로 일제 강점기인 1935년경에 석면광산이 들어서 1995년까지 생산활동을 계속했으며 한때는 종업원이 2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꽤 컸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최근 석면 폐광산 인근 주민들의 집단발병 사실이 발표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며 “홍성, 보령 등 타 지역에서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고 있는데 이곳은 실태조사는 물론 석면광산이 있었는지조차 관계기관이 모르고 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광산에서 일 한 적이 있다는 안신홍(77) 씨는 “돌속에 1㎝ 정도의 줄무늬로 박혀 있는 석면을 망치로 깨며 선별했던 기억이 생생하며 발파를 할 때는 석면가루가 동네를 뿌옇게 뒤덮었었다”고 회고하고 “석면가루가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같은 마을에 사는 노형식(67) 씨는 “동네 아이들이 이곳 광산에 와 솜처럼 부풀어 오르는 석면이 신기해서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기도 하고 친구들 몸속에 넣고 장난을 치기도 했었다”며 당시의 아찔한 순간을 회고 했다.
노 씨는 “수년 전부터 폐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석면과 관련은 없는지 불안하다”고 말하고 “같은 마을에 60~70세에 이르는 많은 사람들이 원인 모를 질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는데 석면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며 철저한 원인 규명을 촉구했다.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이 마을주민들의 불안은 더욱 크다. 광산이 있던 곳에는 수십m가 땅 속으로 깊이 파여 있으며 몇년 전 까지만 해도 이곳에 연못처럼 물이 고여 있었고 주변에는 폐광석들이 산재해 있어 지하수가 오염됐을거라는 주장이다.
이 마을 이태연 이장은 “석면 폐광산 인근 주민들의 집단발병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민들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불안에 떨고 있다”며 “신속한 실태파악과 원인규명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했다.
청양=이진우 기자 ljw@ 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