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민 감독이 연출한 영화 ‘최종병기 활’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충무로 여름 영화 마지막 주자인 최종병기 활은 벌써부터 주말 예매 점유율이 정상에 오르는 등 사극 액션물로 떠오르고 있다. ‘최종병기 활’은 청나라 정예부대(니루)에게 소중한 누이를 빼앗긴 조선 최고의 신궁이 활 한 자루로 10만 대군의 심장부로 뛰어들어 거대한 활의 전쟁을 시작하는 영화이다.

한국영화에서 칼이나 총을 사용한 액션과 달리 활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는 격투기 대신 활시위가 적을 겨눈다.

긴박감 넘치는 추격신과 파괴력 있는 화살 싸움은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다.

초반부터 끝까지 속도감 있는 전개는 영화의 흥미를 더하며 기본 요소를 충실히 따른다. 남이(박해일)와 자인(문채원) 남매가 역적으로 몰려 척살 당한 아버지를 뒤로하고 관군을 피해 달아나는 긴장감 넘치는 추격신으로 막을 올린다. 

   
 

남이는 동생 자인을 부모처럼 지켜주라는 유언과 함께 아버지로부터 활을 물려받고 아버지의 친구인 무관의 집에 의탁해 13년을 보낸다. 역적의 자식으로 세상을 등지고 살아야 하는 남이는 하루하루를 희망 없이 보내며 궁술만을 연마한다.

그러나 시대가 어수선한 가운데, 병자호란이 발발하고 자인이 혼례를 올리는 날 청군이 마을에 들이닥쳐 사람들을 무참히 학살하고 자인을 포로로 잡아간다.

남이는 자인을 구하기 위해 자인을 끌고간 청나라 왕자의 부대를 좇기 시작, 화살에만 의지해 청군의 심장부인 왕자를 습격한다.

청나라 왕의 동생이자 청군의 지휘관인 쥬신타(류승룡)는 남이와의 첫 만남에서 화살의 진로를 휘게 해 장애물도 비켜가 맞히는 남이의 곡사에 위협을 느끼고 조카인 왕자를 지키기 위해 남이의 뒤를 쫓는다.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대결에서 남이의 곡사와 육중한 무게로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하는 쥬신타의 육량시가 맞부딪힌다.

◆속도감 있는 전개 승부수 ‘최종병기 활’

영화는 총제작비 90억 원을 투입해 동원한 첨단 장비와 특수 촬영 기법으로 실력을 제대로 발휘했다.

전통 액션 활극답게 서사나 드라마의 비중보다는 추격전과 화살 전투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국내 최초로 사용됐다는 ‘펜텀 플렉스’ 카메라(초당 최대 2800프레임까지 촬영 가능한 고속 카메라)는 휘어들어가는 화살의 움직임과 활 시위가 끊어지는 장면 등을 생생하게 찍었고 공중에서 화살을 따라가며 찍는 ‘프로펠러 와이어 캠’은 날아가는 화살의 모습을 속도감 있게 담아낸다.
 

   
 

후반부에 서군이 청나라에 잡혀가는 사람들을 한 명이라고 구하기 위해 나서 홀로 칼을 휘두르며 적군을 대적하는 장면을 비롯해 쥬신타가 남이를 추격하고 남이가 숨가쁘게 쫓기는 와중에 쥬신타의 측근 무사 대여섯 명을 차례차례 활로 맞히는 과정은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그러나 호랑이가 나타나 남이를 위기의 순간에서 모면케 하거나 조연 배우들이 남이를 위해 스스로 희생을 감수하는 내용 등은 다분히 영화적인 설정으로 과장된 부분도 엿보인다.

등장인물 중에서는 유일한 여성인 자인이 수동적으로 보호받기만 하는 전통적인 여성상이 아니라 위기의 순간에 자신과 주위 사람을 지키려고 분투하는 인물로 그려진 점이 인상적이다.

특별히 섬세한 연기를 필요로 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액션의 중심에 선 두 주연배우 박해일과 류승룡은 눈빛만으로도 극에 무게를 실어주는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냈다.

다양한 뮤지컬 작품과 드라마를 통해 팬층을 쌓은 김무열이 극중 오직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순정파 로맨티스트 ‘서군’ 역으로 변신해 여심을 흔든다.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122분.

박주미 기자 jju101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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