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간 교육격차를 줄이고 창의적인 인재양성을 위해 운영 중인 자율형공립고(자공고)가 지자체의 관심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교육여건이 열악한 대전 대덕구 내 송촌고등학교가 자공고로 선정됐지만, 해당 지자체인 대덕구가 재정난을 이유로 예산지원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교육프로그램 운영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11일 대전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9월 대전의 송촌고와 대전고, 동신고를 각각 자공고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각 학교는 지난해 12월 첫 신입생을 모집한 후 올 3월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문제는 이들 학교가 자공고로 선정될 당시 해당 구청과 협약을 맺고 추가 재정 지원을 약속 받았지만 벌써 한 학기가 지난 현재까지도 예산을 지원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대덕구의 경우 송촌고에 1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협약을 체결했으나 열악한 재정 여건을 이유로 올 예산조차 편성하지 않았고, 향후 지원 계획도 세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중구는 협약에 따라 대전고에 5000만 원을 지원해야 하나, 재정 여건 상 올해 예산지원이 어렵지만 내년 학력신장지원기금을 통해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이처럼 약속된 재정 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일부 자공고들이 교육과정을 축소하거나 학생 장학금을 줄이는 등 운영에 차질이 빚고 있다. 실제 송촌고는 지자체 재정 지원금을 우수 학생 장학금 등 학생 활동지원비나 특성화 교육프로그램 운영에 사용할 계획이었으나 대덕구의 지원이 막히면서 어쩔 수 없이 계획된 일부 교육과정을 축소했다.또 송촌고의 경우 학교가 설립된 지 10여 년 밖에 되지 않아 20여 년이 넘은 다른 자공고에 비해 동창회 차원의 지원도 여의치 않아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송촌고 관계자는 “교육청 등에서 2억 원을 지원하지만 자공고가 시행 초기라 학생들의 실력향상을 위한 교육과정 개발 등에 적잖은 예산이 소요된다”면서 “교육여건이 열악한 대덕구 지역에 우수 인재를 모으고 육성하는 데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하는 게 당연한데도 협약까지 맺은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지역의 교육 관계자들은 대덕구가 교육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일부 학생들에게 사교육을 제공하는 ‘글로벌인재육성’ 시책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폭넓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 교육 관계자는 “대덕구는 열악한 교육환경 때문에 학생 유출이 심각하고 지역 내 명문고 유치도 힘든 상황인데 유일한 자공고에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요즘 사교육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관에서 사교육을 부추기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며 지자체의 적절한 지원을 통해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덕구 관계자는 “자공고 선정 당시 예산지원을 약속했지만 협약서에 재정여건 상 문제로 지원을 미룰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면서 “재정여건이 좋아지면 차근차근 지원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지원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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