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천 순대거리는 통통하게 속을 채운 병천순대를 찾는 사람들로 붐빈다.  충남집 순댓국.  
 

충남 병천의 순대거리는 장날(1·6일)이 아니어도 붐빈다. 퉁퉁하게 속을 채운 '병천 순대'를 찾아온 사람들이 거리를 메운다. 속 재료가 튼실한 병천 순대는 당면만 들어있는 찹쌀순대와 맛이 천지차이다. 잘게 자른 당면, 다져 넣은 파와 양배추, 선지, 신선한 돼지창자가 쫄깃하고 구수한 맛을 낸다. 충실한 재료가 한번 맛을 본 사람들의 발길을 다시금 이곳으로 향하게 하는 비결이다.

30여 곳에 달하는 식당 중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원조'인 '청화집'과 '충남집'이다. 원조가 어떻게 두 곳이나 있겠냐마는 두 식당 모두 원조란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워 충남도조차 지난 2000년 두 집을 함께 '전통문화의 집'으로 지정해 원조논쟁을 식객에게 맡겼다.

두 집은 상차림이 쌍둥이나 진배없다. 터질 듯이 내용물이 꽉 찬 순대하며 우유만큼이나 뽀얀 국물이 서로 닮았다. 감칠맛 나는 육젓과 잘게 썬 풋고추를 상에 올리고 깍두기와 배추김치를 내는 것까지 똑같다.

우선 충남집의 눈치를 보며 청화집에 들렀다. 모둠순대와 순댓국을 주문하니 3대를 이어오고 있는 아들이 뱀처럼 똬리를 튼 순대를 들고 연신 홀을 뛰어다닌다.

모둠순대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와 오소리감투(돼지 위)가 접시 한가득 이다. 방금 솥에서 꺼내와 윤기도 자르르 흐른다. 게다가 두툼하게 잘라진 것이 참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개인적으로 '숙맥' 찹쌀순대보다 '몸짱' 병천순대를 좋아하는 이유가 통통한 먹음직스러움 때문이다.

순댓국은 얼큰한 것과 담백한 것이 있는데 둘 다 매력이 넘친다. 얼큰한 것의 붉은 국물은 먹어보지 않아도 그 맛을 짐작케 한다. 하얀 국물에선 소박함이 느껴진다. 꾸밈없이 수수한 맛이다. 기호에 따라 다대기를 풀기도 하지만 담백한 맛 그 자체도 좋다.

다음 날, 청화집을 뒤로하고 충남집을 찾았다. 50여 년 전 단층집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충남집엔 곳곳에 세월의 더깨가 묻어있다.

지나간 세월은 주인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순대를 삶고, 국을 내오는 사람 모두 '꼬부랑 할머니'들이다. 새색시였던 주인은 시어머니로부터 식당을 대물림 받아 꾸려가며 시어머니를 닮아가고 있다.

청화집이 젊음의 얼큰함이라면 충남집은 할머니의 구수함이다.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이면 순대를 널어놓는 진귀한 광경을 볼 수 있다. 믿고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라는 신뢰를 손님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충남집 순댓국은 진국이다. 무릇 곰탕국물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 돼지 뼈를 통째로 우려 진국 특유의 끈적끈적함이 감돈다. 뚝배기 속에 숟가락을 휘저을 때마다 뻑뻑한 국물 사이로 순대와 부속물들이 거칠게 느껴진다. 양념을 하지 않은 순댓국은 맹맹하지만 채 썬 고추만 넣어도 간이 맞다.

청화집은 충남 천안시 병천면 병천리 167-6 전화번호는 041-564-1558이고 충남집은 병천리 166-18, 번화번호는 041-564-1079이다.

병천 순대거리(천안)=이형규 기자 knife402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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