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이 넘는 사람이 밥을 먹는다고 예약을 하자더니 손님은 고사하고 억울하게 돈만 뜯어갔네요.”

최근 대형식당의 단체예약을 빌미로 돈을 뜯어내는 신종 사기수법이 기승을 부려 업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물가상승 등으로 경영난을 겪는 식당 입장에선 한명의 손님이라도 아쉬운 상황에서 단체예약은 거부할 수 없는 기회라는 점을 노린 지능적 범죄에 경찰 역시 혀를 내두르고 있다.

대전 동구 가양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60) 씨는 지난 8일 오후 단체예약을 하겠다는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농협 직원이라고 밝힌 사람은 직원 회식을 할 예정인데 100여 명 정도 식사를 할 수 있는지, 시설은 깨끗한지 등을 물었다.

불경기 탓에 손님 발길이 줄어든 탓에 단체예약 전화를 받은 A 씨는 최대한 친절히 안내했고, 다음날인 9일 저녁으로 예약이 성사됐다.

다음날 아침 점잖은 차림의 한 남성이 찾아와 “어제 예약한 농협 회식은 자신이 초대한 자리이며 곧 시청 직원 50명도 식사를 할 예정”이라며 추가 예약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질문을 한 뒤 자신이 어제 예약 건과 깊은 관련이 있는 사람임을 강조하면서 이내 자신이 깜박 잊고 지갑을 놓고 왔다며 현금 20만 원을 빌려줄 것을 요구했다.

주인 역시 큰 돈도 아니고 단체 예약이란 생각에 선뜻 돈을 건넸다. 이후 이 남성은 재차 “직원을 시켜 돈을 보내겠다”며 더 많은 돈을 요구해왔다.

A 씨는 약간 의아했지만 차림새나 행동 등을 볼 때 별다른 의심이 들지 않아 은행에서 직접 찾아 350만 원을 찾아 줬다.

남성이 떠난 후 A 씨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예약을 한 농협에 찾아가 예약한 사실을 물었지만 직원은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눈앞에서 큰돈을 뜯긴 A 씨는 억울한 마음에 밤잠까지 설쳤고, 경찰에 이런 사실을 알렸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A 씨가 진술한 인상착의 등을 토대로 동일전과자 등에 대한 탐문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공범 여부 역시 대상에 포함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예약 인원이 100여 명이 넘어 주인 입장에서는 거부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이런 사건이 종종 발생하고 있어 식당을 운영하는 업주의 경우 예약 시 전화번호를 적어 두는 등 신원 확인의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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