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하늘을 원망하는 것도 지쳤어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지역 이곳저곳에서 지난달부터 지속된 폭우와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제철과일로 출하를 앞두고 있다가 침수피해를 당한 수박·참외 농가들은 “1년 농사를 망쳤다”며 실의에 빠진 상황이다.

실제 충남 논산에서 참외농사를 짓는 농민 김모(56) 씨는 연일 쏟아진 비로 인해 사실상 올해 농사를 망쳤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게릴라성 호우로 인해 비닐하우스가 침수된 이후 복구작업을 마치자마자 또다시 폭우가 겹치면서 어렵사리 이뤄놓은 복구작업이 물거품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김 씨는 “올해에는 유난히 햇빛보기가 힘들어 작황이 안좋고 가격도 너무 올랐다”며 “안그래도 참외를 사먹는 사람이 없어 힘들었는데 침수피해로 상품이 다 썩어버려 희망이 사라진 느낌”이라고 하소연했다.

기록적인 폭우를 원망하는 목소리는 전통시장에도 쏟아져나오고 있다.

평일은 물론 매주 주말 큰 비가 쏟아지면서 전통시장을 찾는 지역민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지역 내 대부분의 대형 전통시장들에 아케이드 지붕이 씌워져 있어 소비자들이 직접적으로 비를 맞지 않는 구조를 갖췄지만, 워낙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아예 소비자들이 외출을 자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전통시장 상인들은 예년보다 큰 매출저하를 체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통시장 상인 배모(44) 씨는 “태풍이 기승을 부린 지난 주말과 휴일에는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끊겨 말 그대로 ‘공친 날’이 돼버렸다”며 “특히 올해에는 매 주말마다 비가 오는 것 같다. 주말대목을 놓친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야외 전시장에서 상품을 골라야 하는 중고차 시장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름 휴가 직전인 6월 말에서 7월 초에 찾아오는 중고차 시장의 ‘반짝 성수기’가 비와 무더위로 인해 ‘비수기의 연장’으로 돌변했기 때문이다.

일부 매매상인은 지난달 판매량이 ‘0’을 기록하기도 했다고 참담한 실적을 실토했다.

중고차 매매업자 김모(54) 씨는 “본격적으로 비가 내린 7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지인을 통해 판 경차 1대가 실적의 전부”라며 “아무래도 고객들이 실외에서 상품을 골라야하는 중고차의 특성상 비는 업계의 가장 큰 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의 경우 일찍 시작한 장마와 무더위가 번갈아가며 기승을 부린 탓에 6월 말부터 현재까지 단 1대의 차량도 팔지 못한 업자들도 꽤 있다”고 귀띔했다.

소비자들 역시 비로 인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과일과 채소가격에 울상짓고 있다.

주부 이모(33) 씨는 “장을 보러가도 신선식품 코너를 둘러보면 맘편히 살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비 때문에 농민들이 많이 힘들고 어렵다는 소식도 마음이 아프지만 채소와 과일가격이 오르는 걸 보는 것이 더 힘들다”고 말했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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