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덕구가 혈세로 매달 5만부씩 발행하는 구 소식지.

행정 정보 제공과 주민 편익을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주민의 귀중한 세금으로 제작·배포되는 기초단체 소식지가 단체장 홍보지로 전락하고 있다.

민선자치라는 특성상 일정 부분 단체장 홍보가 불가피하다고는 하지만, 단체장의 일방적 주장이나 여론 선동, 사실 왜곡 등을 여과 없이 전달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특히 대전 대덕구가 매달 5만부 씩 발행해 관내 각 가정에 배포하는 '대덕&라이프'의 경우 도를 넘어 여론 조작·선동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 대덕구는 지난 4월과 5월 소식지에 무상급식과 관련한 구청과 정용기 청장의 일방적인 입장을 대대적으로 게재했다. 이 시기는 대전시가 지역 내 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6월부터 학교무상급식을 추진키로 하자, 자치구 중 대덕구 만 강렬하게 반대하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시점과 맞물려 있다.

4월호 소식지에선 2개 면에 걸쳐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대덕구와 정용기 청장의 논리만 일방적으로 실었다. 5월호에서도 2개면에 걸쳐 대덕구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했다.

정 청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쟁점화를 예고한 것처럼 무상급식 문제가 일단락된 6월호부터는 대전도시철도 2호선 문제를 대대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 역시 대전도시철도 2호선 노선 문제로 대전시와 대덕구가 마찰을 빚은 시기와 맞닿아 있다. 소식지는 '대전시가 1호선 노선에선 대덕구를 제외하더니, 2호선에선 겨우 2.7㎞ 만 경유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대전시를 맹비난했다.

7월호에도 도시철도와 관련 '대덕구민을 벼랑 끝으로 몰지마라' 등의 자극적인 제목으로 대덕구청의 일방적인 주장을 게재했다.

8월호 또한 도시철도 문제를 편향적으로 다루는 한편, 지난달 열린 구의회가 구청의 '2010년 회계연도 일반 및 특별 회계 세입·세출결산 승인의 건'을 부결시킨 것과 관련해 '명분없이 부결시켰다'는 내용을 실어 구의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처럼 주민의 귀중한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구청 소식지가 단체장 선전 도구로 전락했지만, 이를 견제하거나 제동을 걸 만한 뾰족한 수단도 없는 실정이다.

대덕구 구보조례(4조)에는 소식지를 발행하려면 편집위원회를 구성해 게재 내용을 검토하는 등 전반적으로 조정하도록 돼 있지만, 대덕구는 이를 어기고 편집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은 채 '입맛대로' 소식지를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최근 대덕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종합감사에서 이 같은 잘못을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구청장 홍보지로 변질된 대덕구의 소식지에 대해 구민들 상당수는 격한 거부감을 내비치고 있는 상태이다.

대덕구에 거주하는 주민 이 모(45) 씨는 “무료로 가정에 배포돼 무심결에 봤는데 대덕구의 주장만 실려 있어 거북했다”라며 “학생운동이 한창일 때 뿌려지던 전단지처럼 너무 자극적이었다. 혈세로 만드는 소식지를 구청장 자신의 주장만 싣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성토했다.

대덕구에 살고 있는 대전시 공무원인 김 모(37) 씨는 “사실과 다른 주장이 많아 황당하기도 하고, 일반 주민들이 소식지를 보고 도시철도에 대해 오해할 수 있다는 걱정도 들었다”라며 “소식지 본연의 취지를 잃어버렸다. 대책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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