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극장가 기대작으로 꼽히는 한국 영화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100억 원대의 예산이 투입돼 관심을 모은 두 편의 대작 한국영화 ‘고지전’과 ‘퀵’이 지난달 함께 개봉해 대결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시도와 소재가 돋보이는 ‘7광구’와 ‘기생령’ 등도 잇따라 개봉해 눈길을 끈다.

하지원 주연의 한국 3D 블록버스터 7광구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와 완성도 높은 영상으로 탄생했고 기생령은 소재의 참신함이 돋보이는 공포영화로 관객들을 숨죽이게 한다. 이들 영화는 개봉일인 4일에 맞춰 이미 예매까지 이뤄진 상황이었지만 불과 하루를 앞두고 개봉을 전격 연기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7광구는 언론시사회 당시 마지막 부분의 후반작업이 덜돼 영화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을 들어 기술적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아침 개봉을 오후로 미뤘고, 기생령 역시 영화의 몇몇 장면에 원인 모를 굉음이 삽입돼 이를 제거하기 위해 개봉을 5일 오후로 늦췄다. 마지막 작업이 미진해 개봉을 미뤄야하는 혼선을 빚었지만 이미 공개된 이들 영화 속에선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 영화 7광구
◆한국 기술의 첫 3D ‘7광구’

제주도 남단, 7광구의 망망대해에 떠있는 석유 시추선 이클립스 호.

산유국 꿈에 부푼 대원들의 예상과는 달리 시추 작업은 번번히 실패로 끝나고, 결국 본부로부터 철수 명령을 받는다.

철수를 위해 본부에서 베테랑 캡틴 정만(안성기)이 투입되고, 오랜 시간 공들인 7광구에 석유가 있다고 확신하는 해저 장비 매니저 해준(하지원)은 본부의 일방적인 명령에 강하게 반발한다. 철수까지 주어진 시간은 한달.

해준과 대원들이 남은 기간 석유를 찾고자 총력전을 펼치는 있는 가운데 갑자기 본부와 통신이 끊기고 이클립스 호 주변에서 이상 기류를 감지한다. 이 영화는 한국기술로 만든 첫 번째 3D 블록버스터로 대부분의 촬영도 블루스크린에서 했다.

100억대의 순제작비가 들어간만큼 모험 정신도 느껴진다. 전반부는 웃음과 휴먼 드라마를 전면에 배치했으며 괴물이 등장하는 후반부는 상당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괴물의 CG(컴퓨터그래픽)도 비교적 스크린에 잘 구현됐고, 괴물의 공격과 인간의 도주 사이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의 파고도 적지 않다.

그러나 상당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후반부에 비해 서사가 다소 약한 영화 초반은 몰입이 다소 힘들수도 있겠다.

   
▲ 영화 기생령

◆민속신앙 소재 삼은 ‘기생령’

기생령(奇生靈)은 민속 신앙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아이를 낳기 위해 타인에게 잔혹한 짓을 저지르고, 이로 인해 발생한 원혼의 복수가 펼쳐진다는 것이 주요 줄거리다. 형과 아내가 참혹하게 살해되면서 조카 빈(이형석)을 떠맡게 된 장환(박성민). 주식으로 집을 날린 그는 아내 서니(한은정), 처제 유린(효민)과 함께 빈의 집으로 들어간다.

이사와 함께 악몽에 시달리게 된 서니는 집에서 무당의 신전(神殿)까지 발견하면서 기겁한다. 어떻게든 집을 옮기자고 남편을 윽박지르나 수중에 돈이 없어 부부간의 불화만 커진다.

유린의 신경은 날카로워지고 빈의 행동도 점점 이상해져 가던 어느 날, 서니는 실종됐던 빈의 할머니를 찾았다는 소식에 병원을 찾고 그녀로부터 알 수 없는 이상한 이야기를 듣는다. 이 영화는 이야기를 통한 공포 분위기 조성보다는 큰 음향효과에 의존한다.

최근 한국 영화에서 엿보이는 시나리오상의 문제가 이 영화에서도 드러나는네 기본적인 이야기마저 빈틈을 보여 아쉬움을 자아낸다. 아이가 직접 목에 칼을 겨누는 장면처럼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보기에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장면도 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일반적으로 안정된 편인데, 한은정과 이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한 그룹 ‘티아라’의 효민은 합격점을 줄 만하다.

박주미 기자 jju1011@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