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어로를 단속하는 충남도 어업지도선.  
 

“엔진 정지하고 저쪽에서 깜빡이는 불빛을 확인해봐, 뭔가 이상해.”

지난 2일 밤 10시 천수만 A지구 앞바다. 불법어로를 단속하는 어업지도선에 동승한 기자와 단속반원은 오감을 총동원 했다.

충남도 어업지도선 충남 295호의 조타실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같은 바다 저 편에서 불법어선으로 보이는 수상한 불빛이 깜박이자 선장을 비롯한 선원 모두 신경을 곤두세우고 날카롭게 불빛을 응시한다.

선장은 망원경과 레이더를 번갈아 바라보며 불빛의 출처를 확인하는 데 오감을 집중하는 한편 항해사는 급히 18노트의 속도를 내던 지도선 엔진을 정지시키며 기척을 지웠다.

기관사와 선원 2명은 상기된 얼굴로 급히 조타실로 모였고 지도선 후미에 딸려오던 쾌속정은 언제라도 달려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3분여간 작은 불빛의 정체와 실랑이한 끝에 다행히 정박어선인 것으로 확인되며 일순간 긴장감이 녹아내렸다.

배는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조타실은 여유를 되찾았다.

이날 발견한 불빛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불과 10여일 전만해도 이 곳은 불법어선들과 전쟁을 치렀던 격전지였다.

충남도 어업지도선 승선관은 “7월말 저녁 11시 30분경 웅천읍 석대도 인근 해상에서 세목망(멸치를 잡기 위해 사용하는 망)을 사용하는 전라북도 어선단을 발견하고 불법조업 단속에 나섰다”며 “그러나 단속 공무원의 지시에 불응한 채 조업하는 선원들이 불법을 부인하고 오히려 우리를 위협해 생명의 위험도 느꼈다”면서 긴박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충남도 어업지도선 충남 295호는 도 관할 연근해 일대의 어족자원 보전을 목표로 지난 1995년 건조된 선박으로 충남도내 유일의 어업지도선이다.

선장을 비롯해 항해사와 기관사 등 현재 6명의 선원이 승선하고 있으며, 63톤으로 최대속력은 25노트다.

주요 업무는 △불법어업 예방지도 및 단속 △어선과 낚시어선 안전조업 지도 △해난사고 예방 및 구조활동 △외국과의 어업협정 관련사항 업업인 지도 등을 담당한다.

운항 횟수는 연간 180일이며, 올해는 2일 현재 총 97일간 운항했다.

올해 어업별 단속실적으로 △무허가 어선 7척 △2중 자망 사용 어선 1척 △불법어구적재 11척 △어구사용 제한 3척 등 총 27건을 단속했다.

특히 1차 멸치잡이 불법조업 특별단속기간인 지난달 16~31일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단속을 실시한 결과 세목망 사용 2척, 부속선 어구적개 2척 등 총 6건의 불법어업을 적발했다.

그러나 이들의 화려한 실적 뒤에는 견뎌내야 할 어려움도 뒤따른다.

단속은 보통 해가 지는 오후 6시경부터 다음날 해 뜨기 전인 새벽 5시까지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12시간 넘는 야간단속이 끝나도 민원이나 특이 사항이 발생하면 곧바로 바다를 향해 나가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또 매일 반복되는 항해로 인해 선원들 모두 허리가 성한 사람들이 없다. 위아래로 흔들리는 파도의 진동이 알게 모르게 허리에 축적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어업지도선이 낡아 불법어선을 발견해도 쫒아갈 수 없다는 점이다.

김응곤 선장은 “지도선은 제트엔진이 아닌 스크루 엔진으로 불법어선을 단속하기 위해 쫒아가다 양식어구에 감길 경우도 있고 속도가 느려 놓칠 때도 있다”며 “때문에 몸집이 작은 쾌속선을 이용해 불법어선에 올라가는데, 이 과정이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김 선장은 “어업지도 활동이 없었다면 서해안 어족자원은 벌써 멸종 됐을 것”이라며 “8월은 꽃게를 비롯해 멸치, 키조개, 해삼 등 금어기다. 바다의 자원이 한계가 있는 만큼 의무감을 갖고 업무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박재현 기자 gaemi@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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