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강과 미호천이 만나는 연기군 동면 합강리 일대 수렵금지구역에서 일부 엽사들이 큰기러기 등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발포, 천연기념물 흰꼬리수리(사진 위) 등 겨울철새들이 위협을 받고 있다. 독자 제공
아직 해가 뜨기엔 이른 시간인 7일 오전 6시, 본보 취재진은 서둘러 충남 연기군 동면 합강리로 차를 몰았다.

지난해 11월부터 다음달까지 충남 연기군 전역이 수렵 가능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전국의 엽사들이 몰린다는 소식을 듣고 불법 사냥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서다.

충남 연기군 합강리 미호천과 금강이 만나는 합수머리 합강리지역은 조류 42종, 4460개체가 자주 출몰하는 곳으로 흰꼬리수리, 독수리, 큰고니 등 천연기념물은 물론 말똥가리, 황오리, 황조롱이, 흰목물떼새, 큰기러기 등 멸종위기 1~2급 동물들의 서식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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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일대는 이동 중인 겨울철새들의 낙원이자 먹이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역으로 지난해 3월부터 금강유역환경청에서 각별한 관리를 해오고 있다.

시계는 오전 7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잠복에 들어간 지 10여 분이 흐르면서 겨울 강바람이 매섭게 옷깃을 타고 흘러 들어왔지만, 아름다운 겨울 철새들의 날갯짓은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롭게 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대포소리 같은 총소리가 적막을 깼고, 이어 사냥개 짓는 소리, 대형 SUV의 굉음 등이 금강변에 울려 퍼지면서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수시간째 자리를 지키던 엽사들이 겨울철새들의 군락을 보면서 너도나도 엽총의 방아쇠를 당겼고, 큰 기러기 등 보호조류들이 하나 둘씩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수십 명 엽사들의 총구가 일제히 불을 뿜으면서 주변 동료는 물론 취재진까지 생명의 위협을 느꼈지만 이미 전쟁터로 변한 아수라장에서 아군, 적군의 구별은 무의미했다. 여기에 수렵 가능동물로 지정된 까치, 꿩, 청둥오리만 잡아야 된다는 야생동·식물 보호법은 말 그대로 법전에만 있는 헛구호였다.

합강리 남쪽은 수렵이 가능한 지역이지만 금강변을 끼고 불과 30~50m 폭으로 갈대숲이 우거진 합강리 북쪽은 충남 연기군이 야생동식물보호구역으로 설정한 수렵금지구역이다. 이 지역에 물론 수렵금지를 알리는 친절한(?) 안내판은 보이지 않았고, 새 사냥에 혼이 나간 엽사들에게 합강리 남쪽과 북쪽은 그저 행정구역상의 표시일 뿐이다.

결국 수렵 가능지역과 금지구역의 모호한 경계로 대부분의 엽사들이 불법 사냥에 나선 꼴이 됐고, 일부 엽사들의 묻지마 사냥으로 천연기념물들이 엽사들의 총탄에 하나 둘씩 떨어지고 있는 지옥으로 변해 버렸다.

주민 A 씨는 "합강리 금강변 일대는 겨울철새들의 낙원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높였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사냥으로 겨울철새의 낙원이 파괴됐다. 지난해까지 수천 마리의 군락을 펼치던 아름다운 철새들이 엽사들의 사냥이 시작된 이후 최근에는 그 수가 급격히 줄었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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