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내 한나라당의 주도권이 ‘박근혜’ 체제로 넘어갔다.
한나라당 대전시당 위원장과 충남도당, 충북도당 등 충청권 3개 시도당 위원장을 친박계(친 박근혜 전 대표) 인사들이 모두 차지했기 때문이다.
특히 시도당 위원장 자리를 놓고 친이계(친 이명박)와 친박계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타 지역과 달리, 충청권에선 합의추대 형식으로 친박계 인사들이 위원장으로 선출됐다는 점을 볼 때 친박계가 충청권에서만큼은 비주류가 아닌 주류라는 것을 확인시켜준 것으로 풀이된다.
대전시당은 지난 29일 운영위를 열고 대표적인 친박계인 강창희 전 최고위원을 만장일치로 시당 위원장에 추대했다.
강 전 최고위원은 5선 국회의원(11·12·14·15·16대) 출신으로 과학기술부 장관, 한나라당 최고위원(2002년과 2006년) 등을 역임했다. 시당위원장만 세 번째이다.
시당 위원장 선출을 앞두고 시당 안팎에선 ‘경륜과 무게감’에서 강 전 최고위원이 시당 위원장을 다시 맡기에는 ‘격’이 맞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강 전 최고위원도 이런 점에서 처음에는 시당 위원장을 맡는 것에 고사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역 당원협의회장들의 요구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친박 세력’들을 진두지휘할 사령탑이 절실하다는 설득이 그를 움직인 것으로 분석된다.
강 전 최고위원은 현재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선 외곽 조직인 ‘국민희망포럼’에서 상임고문으로 친박세력들을 규합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충남에선 김호연 의원(천안 을)이 충남도당 위원장으로 재선출돼 연임하게 됐다.
충남도당은 지난 25일 당협위원장 회의에서 김호연 의원 연임에 의견을 모았고 27일 단독으로 입후보한 김호연 의원을 충남도당 위원장으로 만장일치 합의 추대했다.
김 위원장은 친박 계열이 주도하는 ‘충청미래정책포럼’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충북에선 지난 25일 경대수 괴산·음성·증평·진천 당협위원장이 충북도당 위원장으로 새로 선출됐다.
당초 충북도당 위원장 자리를 놓고 친이계인 윤진식 의원(충주)과 친박계로 분류되는 경 위원장의 경선이 예상됐다. 하지만 윤 의원이 위원장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아 경 위원장이 단독후보로 등록돼 운영위에서 만장일치 ‘추대’로 선출된 것이다.
이처럼 대전·충남·충북 등 충청권 3개 시·도당 위원장 모두 친박계 인사들이 차지한 것에 대해 정가에선 ‘친이에서 친박으로의 한나라당 내 권력이동’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시·도당 위원장은 내년 총선과 관련해 공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데다가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도 대의원 선정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당의 풀뿌리 조직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친박계의 한 인사는 “친이계와 친박계의 권력 싸움에서 친박계가 이긴 것처럼 비춰지는 것에 대해 당에선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라며 “친이-친박을 넘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다시 승리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