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나인문 정치부장

2008년 무자년(戊子年) 한 해, 충남은 요동치는 격변 속에서 쉼 없이 돌아갔다.

민심을 요동치게 한 격동(激動)의 진원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정권교체였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정권의 거듭된 실기(失期)로 충청지역 정치권도 한바탕 격변의 시기를 보냈다.

지난해 4월 치러진 제18대 총선은 충청민심의 가늠자였다.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에서 잇따라 승리한 한나라당이 18대 총선을 기점으로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물론 전국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한나라당이 총선까지 휩쓸어 권력을 독점하게 됐지만 충청권에선 달랐다.

충남도의회에도 요동치는 정국과 충청민심의 흐름이 그대로 투영됐다.

지난 대선과 총선을 전후해 외도한 의원도 있고 일부는 민심의 흐름을 좇아 당을 옮겼다.

지난해 후반기 원구성에선 자유선진당 의원들의 막강한 결집력이 한나라당의 수적 우위를 압도했다.

이 과정에서 파생된 각종 불협화음은 지난해 하반기 도의회를 냉각시키는 촉매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어수선한 도의회 분위기는 2008년의 마지막 해와 함께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대신 ‘다시 한 번 잘 해보자’는 의기투합이 2009년의 첫 해와 함께 높이 솟아 올랐다.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고 있는 충남도의회 강태봉 의장을 만나 도의회의 변화 요인과 화두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또 지난 한 해를 뜨겁게 달궜던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에 대한 대응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들어봤다.

▲2008년-말 그대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

강태봉 의장에게 무자년은 정신없이 휘몰아치고 흘러간 바람이다.

숨쉴 틈 없이 쏟아져 나온 지역현안과 급변하는 도의회의 재편 속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지난 한 해 모든 것이 변화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대선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공식 출범해 정권교체가 이뤄졌고 총선을 통해 국회 구성원도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도의회에선 후반기를 이끌 의장단이 새롭게 구성됐죠. 급변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정신없이 살아가면서도 38명 도의원 모두 의정활동을 나름대로 열심히 수행했다고 생각합니다. 도민 여러분께서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도청이전 사업이나 행정도시·국방대 논산이전 문제, 서해안 기름유출 피해 복구·주민보상 문제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현안을 조율하느라 도의회 전체가 숨가쁘게 돌아갔습니다. 일에 치이면서도 ‘도민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는 보람을 느끼며 마음을 다스렸지만 한편으론 아쉬움도 남습니다.”

▲아쉬웠던 내우외환(內憂外患)

현안만 놓고 보면 충남도는 지난해 많은 것을 얻었지만 꼭 얻어냈어야 할 것을 손아귀에 쥐지 못한 아쉬움을 강 의장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도의회 내부에서 발생한 불협화음도 강 의장에겐 ‘다시는 마주치지 않았으면…’하는 아픔으로 남아 있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짐이 일기 시작해 급기야 10월 말에 터진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가 가슴을 답답하게 합니다. 수도권 규제완화 방안 발표 이후 정부가 내놓은 지방대책도 미흡하지 않습니까. 행정도시 문제도 속시원히 해결되지 못했구요. 지난해 후반기 원구성과 관련해서도 도민들께 죄송할 따름입니다. 불협화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의원들이 속한 정당이 다르고 의원 각자의 성향도 다른 현실에서 의견 차이는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그 의견 대립을 어떻게 조정해 나가느냐가 관건인 것 같은데요…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지난 221회 정례회를 계기로 의원들 모두 화합하기로 마음을 모았습니다. 새해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이전보다 호전된 분위기 속에서 의정활동이 펼쳐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의장으로서 중심을 잡고 정도(正道)를 걷겠습니다. 그래왔기 때문에 의견 충돌이 무리없이 정리됐고 또 그래야 앞으로 도의회가 더 모진 풍파를 견뎌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도권 규제완화 화두는 계속된다

‘곧 수도권의 빗장이 풀린다’는 정부발 비보(悲報)에 지난 한 해 충청권을 비롯한 비수도권 전역이 요동쳤다.

도의원 서로서로의 가슴에 상처와 앙금이 쌓여 있던 순간에도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지방의회의 결집은 정부의 의지를 넘어서지 못했고 그 아쉬움은 지방의 위기 상황과 맞물려 비수도권 의회 모임인 균형발전지방의회협의회 회장까지 맡고 있는 강 의장에게 가장 큰 기억으로 남아있다.

“서두에서도 언급했듯 수도권 규제완화 얘기만 나오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처음엔 성명을 발표하고 비수도권 지방의회 의장단이 모두 모여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집회도 열어가면서 ‘지방 살리기가 전제되지 않은 수도권 규제완화는 절대 안 된다’고 성토했는 데 결국 이렇게 됐네요. 큰 성과없이 앞으로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더 답답할 따름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을 접할 때면 한없이 작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봐선 수도권 규제완화가 기정사실화 돼가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진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구체적인 지방의 피해를 예단하긴 어려운 상황이고 또 혼자서 앞으로의 대응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현재로선 3차 지방대책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 피해가 현실화될 경우를 대비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습니다. 지역 모든 구성원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균형발전지방의회협의회도 지역별로 수도권 규제완화가 미칠 여파에 대한 판단의 온도차가 있지만 지방의 피해를 함께 걱정하면서 공동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2009년-‘도민 앞으로 한 발 더’

충남도의회는 올해 의정활동 방향의 초점을 ‘도민과의 원활한 소통’에 뒀다.

도민 모두가 지혜를 모으지 않으면 수도권 규제완화까지 겹친 지역의 경제 난국을 헤쳐나갈 수 없을 것이란 걸 강 의장도 잘 알고 있다.

지역민과의 소통은 사실 선거를 통해 권력을 위임받은 도의원 입장에선 가장 기본에 속하는 책무라는 점을 감안하면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부터 충실히 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으로도 풀이된다.

“의정활동의 변하지 않는 목표는 도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의 발전입니다. 이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죠. 올해 선택한 방법은 도민에게 한 발 더 다가가는 것입니다. 더 가까운 곳에서 민의를 수렴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올해 우리 나라 경제상황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국내외 투자를 유치하고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힘을 모으겠습니다. 지역민이 모두 공유하고 있는 균형발전정책과 현안사업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총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올 봄에 열리는 안면도 국제꽃박람회는 지역민의 희망을 하나로 결집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충남도의회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변함없는 성원과 협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집행부와의 소통도 어느 때보다 중요

강 의장은 어려운 여건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과 관련해 집행부(충남도)의 역할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도정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주요 사안의 핵심포인트나 일부 세세한 부분을 도의회가 놓칠 수도 있습니다. 충남도 집행부는 도의회의 견제 대상이기도 하지만 동반자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집행부와 의회는 흔히 양 수레바퀴에 비유되는 데 양 수레바퀴가 기울지 않고 평행선을 그리며 목표지점을 향해 달려야 안정적으로 빠르게 안착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도의회와 집행부의 소통도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합니다.”

정리=이기준 기자 poison93@cctoday.co.kr

사진=전우용 기자 yongds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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