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인사비리 사건’에 대한 경찰수사와 관련해 해당 자치단체와 충북도청 공무원들의 불만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인사비리’의 몸통보다는 시장의 지시에 따라 실행에 옮긴 공무원과 인사권자의 측근인 도의원의 청탁을 받고 비위사실을 묵인한 공무원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꼬리자르기’에 불과하다는 게 공직사회의 지배적인 여론이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충주시청 공무원 김모(50) 씨 등 3명은 인사과에 근무하면서 우건도 시장의 지시를 받고 특정인이 1위부터 15위까지 순위를 받아 승진할 수 있도록 평정 순위를 무단으로 변경한 혐의(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또 충북도청 감사팀장 정모(52) 씨 등 2명은 지난해 9월 충주시 종합감사에서 이같은 비위사실을 적발하고도 충주 출신 김모 충북도의원의로부터 ‘무마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다. 반면, 우 시장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으며, 감사결과 무마를 청탁한 김 의원은 처벌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입건되지 않았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27일 충북도와 충주시청 공직자 사이에서는 ‘꼬리자르기’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공직사회가 여전히 ‘상명하복’의 룰을 따르고 있는 점에서 지시를 받고 실행에 옮긴 공무원보다 불법행위를 지시한 인사권자의 책임이 큰데도, 처벌수위가 지나치게 차이나는 점은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충주시청 한 공무원은 “불법행위인 것을 알고도 시장의 지시를 따른 공무원들도 법적책임을 면할 수 없지만, 공직사회의 특성을 고려할 때 실무자들이 시장의 지시를 거절하기 어려운 게 아니냐”며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실행한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영장을 신청하고, 시장은 불구속 입건했다는 점은 정도가 지나치다”고 전했다.
충주시 종합감사에서 인사비리 사실을 적발하고도 도의원의 청탁을 받고 묵인한 충북도청 감사팀 직원들에 대해서도 시각은 비슷하다. 이시종 지사 충주시장 재임시절 함께 근무했던 해당 도의원은 현재도 도청 안팎에서 ‘이 지사의 오른팔’로 불릴만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청의 한 간부 직원은 “이 지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도의원으로부터 ‘무마해달라’는 청탁을 받은데다, 인사비리에 연루돼 승진한 공무원 중 이 지사의 충주시장 시절 비서실장과 수행비서였던 공무원이 포함됐다 보니 거절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해당 의원은 처벌조항이 없어 입건조차 되지 않고, 공무원들만 사법처리 될 처지에 놓인 점을 보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다른 공무원은 “이번 인사비리의 핵심인물은 우건도 시장과 이 지사의 측근인 도의원인데도, 우월적 지위에 있는 이들로부터 지시와 청탁을 받고 실행에 옮긴 공무원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 같다”면서 “일부에서 제기하는 ‘제3자의 배후설’도 사실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공무원은 “인사비리 등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감시해야 할 지방의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공무원들에게 비리무마를 청탁했다는 점에서 법적책임을 떠나 의원으로서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충주=김지훈 기자 starkjh@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