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청 인사비리 사건이 ‘권력형 게이트’로 번질 조짐이다.

충주출신의 민주당 소속 한 도의원이 비위사실을 무마하려 충북도청 공무원들에게 청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번 사건의 실제적 배후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즉각 이 사건이 단순한 인사비리가 아닌 권력형 비리로 규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관련기사 3면

◆인사비리 사실로

충주경찰서는 26일 자신의 측근을 승진시키기 위해 근무성적평정 순위를 임의로 조작 변경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우건도(61) 충주시장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우 시장의 지시를 받고 근무성적평정을 변경한 충주시청 공무원 김모(50) 씨 등 3명(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과 종합감사에서 이같은 비위사실을 적발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충북도청 감사팀장 정모(52) 씨와 감사담당 최모(48) 등 2명에 대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취임한 우 시장은 같은 해 7월과 지난 1월 2차례에 걸쳐 자신의 측근 등을 승진시키기 위해 4~7급 40여 명의 근무성적평정 변경을 지시한 혐의다. 김 씨 등은 또 인사과에서 근무하면서 우 시장의 지시를 받고 특정인이 1위부터 15위까지 순위를 받아 승진할 수 있도록 평정 순위를 무단으로 임의 변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도청 감사팀장 정 씨 등은 지난해 9월 충주시 종합감사에서 이같은 비위사실을 적발하고도 충주출신 김모 충북도의원으로부터 '무마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다.

김 의원의 경우 도의원 신분과 청탁과정에서 강제성이 없었다는 점에서 직권남용 내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없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지방공무원법상 근무성적평정위원회가 각 국장 등이 제출한 평정단위서열명부를 기초로 공무원의 순위와 평정점을 심사·결정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지만, 이들은 충주시장의 지시에 따라 이같은 규정을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 시장은 "의견을 제시했을 뿐 인사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압수수색에서 자필로 작성된 인사 순위 명단과 실제 근무성적평정위원회를 거쳐 작성된 관련 서류의 순위가 동일한 점으로 미뤄 우 시장의 지시에 따른 근무성적평정이 조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우 시장의 지시로 근무성적평정을 마음대로 변경했다는 직원들의 진술도 확보했다"며 "근무성적평정 순위를 보면 우 시장은 측근은 상향조정 되고 전 시장 측근들은 뒤로 밀려난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구속여부는 27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이뤄질 예정이며, 경찰은 앞으로 관련 기록 검토 등을 거쳐 금품수수 혐의 등에 대한 수사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지역정가, 배후설 제기

경찰수사 결과에서 드러났듯 충주 출신의 도의원이 이번 사건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지역 정가에서는 또 다른 인물의 개입설을 제기하고 나서 이번 사건이 ‘권력형 인사비리’로 이어질 공산이 적잖다.

한나라당은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기다렸다는 듯 성명을 통해 실제적 배후인물을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인사비리에 연루돼 승진한 공무원 중에는 이시종 지사의 충주시장 시절 비서실장과 수행비서였던 공무원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인사비리의 배후가 누구인지 의혹이 남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충북도청 감사실이 이런 사실을 적발하고도, 이 지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모 도의원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묵인했다는 것은 또 다른 압력과 배후에 의한 꼬리자르기란 의혹도 무성하다”고 덧붙였다.

경찰 수사 초기단계에서부터 정가 안팎에서는 특정인의 연루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한나라당 소속 김호복 전 시장 시절 인사상 불이익을 받아오던 특정 정치인 측근들(이시종 지사 시장재임당시 비서실장 등)이 우건도 시장 취임 후 승진, 이 과정에서 특정인사가 우 시장에게 이들의 승진을 부탁했다는 게 풍문의 요지다. 특히 승진조작 사실을 적발한 충북도청 감사팀 공무원들이 단순히 도의원의 청탁에 의해 무마했다는 점도 쉽게 납득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경찰은 배후설에 대해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수사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앞으로 진행될 검찰수사에 주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경찰 관계자는 “할 수 있는 모든 수사는 다했다. 구속여부가 결정된 뒤 조만간 사건을 검찰에 넘길 것”이라며 “검찰에서 수사가 확대되면 또 다른 부분이 나올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충주=김지훈 기자 starkj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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