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안되는데 요즘 같아서는 교단에 서기가 두렵네요."
대전지역 A 중학교 한 여교사는 벌써부터 개학이 두렵다.
심한 욕설은 물론 몸을 밀치기까지 하며, 무작정 대드는 학생들이 교실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여교사는 ‘소문이 확대되지 않을까’, ‘앞으로 교사생활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하는 판단에 묵인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여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학생들의 교권침해가 은폐되고 있다. 공개적으로 학생에게 욕설을 듣고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여교사들이 적지 않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수치심의 짐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특히 학교 현장에서 이 같은 교권침해가 심각한 데도, 근무평점과 학교 이미지를 의식한 학교 측의 ‘무지’한 대처로 대부분 ‘소리소문’ 없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전언이다.
실제 대전 둔산지역 한 중학교 B교사는 수업 중 학생으로부터 "야, XX년아"라는 욕설을 듣는 그 순간 몸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B교사는 그 충격으로 방학 시작과 함께 현재까지 집 밖을 나오지 못하고 있다. 교실 맨 뒷자리에서 잠을 자고 있는 한 학생에게 한 차례 주의를 준게 욕설을 들은 이유라고 한다.
현재 일선 학교 교사들은 이 같은 교권침해들이 학교 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학생인권만 우선시 되는 분위기 속에서 축소·은폐되는 등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고 한다.
한 여교사는 “학생들에게 욕설을 들어도 여교사들은 모른척하는 게 일상일 정도”라며 “사실이 알려지기라도 하면 학교장은 ‘욕설을 들은게 무슨 자랑이냐’는 등 무기력한 교사로 낙인찍히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동료 남자 교사가 교권침해 학생을 심하게 꾸짖기라도 하면 해당 학생은 서슴치 않고 경찰서에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지역 모 고등학교 체육교사는 “남학생이 동료 여교사에게 심하게 욕설을 하는 것을 보고, 몸을 밀치기만 했는데 해당 학생이 경찰에 신고를 했다”며 “경찰이 학교에 찾아와 교사를 조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교육계 일각에서는 더 이상 교권침해를 덮고 넘어가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한 고등학교 교장은 “학교 특성 상 알려져서 좋을 것이 없어 교권침해 사실을 확대 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일선 학교현장에서 때로는 교사들의 교권이 학생들의 인권보다 중요할 때가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묵인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