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1년을 넘긴 9대 충북도의회가 여전히 총체적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여론의 뭇매에도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당 소속 도의원의 집행부감싸기가 그칠줄 모르는 데다, 일부 의원들은 사무처와 의원간의 갈등을 조장하면서 파행이 거듭되고 있다. 중립적 위치에 있어야 할 의장단마저 중재역할을 포기한 채 정파에 얽히면서 리더십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의원들의 개인 감정에 따른 저급한 의사발언도 의회의 품격과 권위를 추락시키고 있다.

◆사무처·의원간 갈등조장

일부 의원들은 의회와 집행부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사무처와 특정 의원간의 갈등을 조장하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 김양희·김봉회·김종필 도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신동인 도의회 사무처장이 지난 11일 열린 302회 정례회 운영위원회에서 김양희 의원의 질의에 오만불손하고, 의원과 의회를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면서 “22일 운영위원회에서 사무처장의 사과를 받기로 했지만, 김형근 의장 등은 사무처장 사과 건을 아예 상정조차 하지 않고 페회선언을 하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 처장은 “김 의원의 주장 가운데 사실에 근거한 것은 거의 없다. 의원 경시 답변을 한 적도 없다”며 “명예훼손 부분이 있는지 파악해보고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반박했다. 앞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신 처장에게 “왜 사과를 하느냐, 오히려 사과를 받아야 하는 것”이라며 갈등을 조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처장의 발언을 놓고 문제여부를 따져 본 뒤, 사과요구나 동료의원 설득 등의 합리적 입장을 보이지 않고 되레 뒤에서 싸움을 부추긴 셈이다.

◆논란 지속… 의장단 중재상실

도의회에서는 올 들어서도 회기 때마다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2월 의원들의 도정질문 참여 횟수를 1인당 연 3회로 제한키로 방침을 정하면서 한나라당 소속 도의원이 '특정인의 입과 발을 묶기 위한 처사’라며 강력 반발했다.

시민단체까지 나서서 반대입장을 피력했지만 도의회는 도정질의 참여 횟수 형평성 차원 등의 이유를 들어 강행했다. 지난달에는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밝힐 수 있는 '5분 자유발언' 원고 제출을 의무화하기로 해 여야간 갈등의 불씨를 다시 지폈다.

이달 들어서도 신동인 의회사무처장의 발언을 놓고 여야 의원들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도의회가 파열음을 내는 데는 의원들의 자질과 품위 등 고질적 영향도 있지만, 의장단의 리더십 한계 등도 원인이다. 개원 초기 진통을 거듭하며 구성된 전반기 의장단은 민주당 소속 김형근 의장과 최진섭 부의장, 자유선진당 손문규 부의장, 상임위원장 6명 등 모두 9명으로, 최미애 교육위원장을 뺀 8명 모두 초선이다.

초선의원이라는 '핸디캡' 때문인지 의장단의 리더십은 미숙하기 짝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의원간, 집행부와 의원간 설전이 벌어졌는데도, 양측 모두에게 자중을 요구하기는커녕 소수정당 소속 의원에게만 ‘경고’를 주고, 회기 때마다 불거지는 논란과 갈등을 불식시키기 보단 정파에 얽혀 ‘강건너 불구경’ 하듯 수수방관하고 있다. 의장단의 중재력 부재현상이 반복되면서 소수 정당에선 ‘다수당의 횡포’, ‘식물의회’라는 자극적인 말을 내뱉는 등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역정가의 한 인사는 "개원 초기부터 여야 의원간 대립으로 향후 의정활동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 도의회가 1년이 넘어서도 정파싸움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며 "이는 중립성과 객관성을 지키며 의회를 이끌어가야 할 의장단의 리더십과 소통능력에 큰 결점이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인사는 “9대 의회는 젊은층 의원들이 대거 입성해 기대가 컸으나 모두가 ‘저 잘났다’는 분파적 의정활동으로 실망만 안겨줬다”며 “가장 큰 원인은 의장단의 리더십 부재지만 당리당략적·이념적 차원의 의정활동으로 의회가 개원한지 1년이 넘도록 본래 기능을 상실한 채 갈등만 반복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