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교통사고로 팔을 다쳐 청주 모 병원에 한 달간 입원했던 A 씨는 수십만 원의 병원비를 납부하지 않은 채 도망가 병원에서는 현재 그를 수소문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청주 모 병원에서 십자인대 파열 등으로 수술을 받은 B 씨 역시 수술 및 한 달여간 입원비 등 진료비 400여만 원이 청구됐지만 밤새 병원을 몰래 빠져나간 뒤 진료비 납부를 미루고 있다.
치솟는 생활물가로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병원 진료를 받고도 돈을 내지 않고 도망가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입원환자가 간호사의 교대시간을 틈타 몰래 병원을 빠져나가는가 하면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치료를 받은 뒤 진료비를 내지 않고 혼잡한 틈을 타 몰래 도망가는 등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병원에서조차 어려운 경제상황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청주의 한 대형병원은 지난달 올해 들어 처음으로 병원비 미납건수가 100건을 넘어섰다. 하루 3명이 넘는 환자가 병원 진료를 받고도 돈을 내지 않고 도망친 것이다.
병원 관계자는 “생활물가가 오르는 등 경제가 어려워지다보니 진료를 받고 도망가는 환자들이 늘고 있는 것 같다”며 “소액일 경우에는 민사소송을 해서 돈을 받아내기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반 입원환자와 병원을 찾은 외래환자가 진료비 부담에 병원을 몰래 빠져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응급환자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응급실은 치료비를 내지 않고 달아나는 환자의 사례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응급실을 운영하는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들이 찾아와 진료를 요구하면 이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
지갑을 잃어버려 진료비가 없으니 맘대로 하라는 식의 빼째라 식 환자부터 술을 먹고 찾아와 치료를 해달라고 한 뒤 술이 깨면 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발뺌하는 환자도 다반사다. 특히 응급실 환자는 외래진료 환자와 비교해 기본적인 검사를 더 실시하기 때문에 진료비가 비쌀 수 밖에 없음에도 이를 따지며 돈을 내지 않고 가버리는 경우도 빈번하다는 게 병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진료비가 없어 퇴원을 못하고 병원에 머무르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며 언제까지 꼭 납부하겠다는 각서를 쓴 채 퇴원하는 사례도 빈번하다"며 “고물가 시대의 서민생활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