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대세들이 정면대결에 나섰다. 윤제균 감독과 '해운대' 제작진이 총출동해 제작한 '퀵'과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를 연이어 흥행에 성공시킨 장훈 감독이 만든 '고지전'이다.
두 영화는 100억 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한 대형급 영화들인 만큼 선두권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메이저급 배급사인 CJ E&M과 쇼박스가 퀵과 고지전을 각각 배급하면서 자존심 대결도 상당하다. 작품에 대한 사전 반응을 확인하고 입소문을 통해 화제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주말 약 200여 개의 스크린에서 각각 사전유료 시사회를 진행했으며 서로 경쟁하다 개봉일까지 하루 앞당겼기 때문이다. 고지전은 선 굵은 전쟁영화를 표방하면서 한국전쟁 막바지 고지를 둘러싼 남북한 젊은이들의 애환을 다뤘고 퀵은 속도감 넘치는 액션영화를 무기로 여름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마음을 잡으려 한다. 


   
▲ 영화 퀵. CJ E&M 제공

*목숨을 건 질주 ‘퀵’

고교시절 전설적인 폭주족으로 이름을 날린 기수(이민기)는 현재 서울의 끝과 끝을 20분 만에 주파하는 오토바이 퀵서비스맨이다.

어느 날 생방시간에 쫓기는 아이돌 가수 아롬(강예원)을 배달하려다 그는 테러에 가담하게 된다.

기수는 헬멧에 폭탄이 장착돼 있다는 경고와 함께 30분안에 주어진 미션을 완수하라는 전화를 받는다.

의문의 남자는 아롬이 쓴 헬멧을 통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기수에게 폭탄을 특정 장소에 배달하라 명령한다.

기수와 아롬은 서울의 도심을 질주하며 폭탄을 배달하고, 같은 폭주족 출신인 교통경찰 명식(김인권)을 비롯한 경찰들한테 쫓기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순제작비만 80억 원을 사용한 씀씀이를 스크린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화 후반 LPG 통이 도로 한복판으로 쏟아지며 발생하는 연쇄 추돌사고, 심심할 때마다 한 번씩 터지는 건물 폭파 등 통 큰 볼거리는 이 영화가 내세운 무기 중 하나다.

실감 나는 액션 장면을 위해 70여대의 중고 차량이 파손되고 30여대의 오토바이가 부서졌다고 한다.

이처럼 외양만 따져봤을 때 ‘퀵’은 오롯이 블록버스터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의 재미난 지점은 외피는 블록버스터로 가져가면서 영화적 태도는 B급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한껏 과장돼 있고, ‘헬멧 샤워’처럼 예상치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영화 곳곳에 포진해 있다.

세련된 카메라 기교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흘러간 뽕짝 리듬의 음악이 그 기교를 압도해 버리기도 한다.

대신 명식 역의 김인권과 폭발 사고를 조사하는 서형사 역의 고창석, 서형사의 상사 김팀장 역의 주진모 등 조연들의 코미디는 정통파에 가까워 주연들의 어색한 연기를 보충한다.

스토리의 우직한 맛은 떨어지는 편이지만 촘촘한 이야기 전개 방식보다는 ‘치고 빠지는 식’의 정리되지 않는 유머와 웃기는 대사들이 영화의 빈틈을 채운다. 상영시간 115분. 15세 이상 관람가.
 

   
▲ 영화 고지전.  쇼박스제공

*동족상잔 애환 ‘고지전’

고지 중에서도 남북 간의 전략적 요충지인 동부전선의 애록고지.

1953년 2월 지리하게 늘어지는 전쟁에 환멸을 느끼던 방첩대 중위 강은표(신하균)는 애록고지 중대장의 죽음과 관련된 미심쩍은 부분을 밝히고 병사들이 적과 내통하는지 여부를 조사하라는 상부의 지시로 동부전선에 투입된다.

그곳에서 은표는 전쟁 초반에 죽은 줄 알았던 옛 친구 김수혁(고수)을 만나고 유약하기만 했던 수혁이 중위로 진급해 악어중대를 장악한 모습에 놀란다.

게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인민복을 입는 오기영(류승수) 중사, 평안도 사투리를 쓰는 양효삼(고창석) 상사, 10대의 어린 나이에 대위 직급을 단 신일영(이제훈) 등 수상쩍은 병사들의 행동에 혼란스러워한다.

하지만 애록고지를 놓고 북한군과 뺏고 뺏기는 전투를 반복하며 은표는 악어중대의 과거와 전쟁의 실체에 대해 서서히 알게 된다.

강은표의 시선을 따라가며 접하게 되는 전장의 모습은 처음에는 매우 이질적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개연성을 더해가며 보는 이를 빨아들인다.

사람의 삶과 죽음이 찰나의 순간에 엇갈리고 한 번의 전투에서 운 좋게 살아남았다 해도 반복되는 전투 속에 참혹한 죽음이 어제와 오늘, 바로 목전까지 따라다니는 전장의 모습은 어느 전쟁영화 이상으로 전쟁의 참상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영화는 특히 휴전을 위한 협상이 진행된 2년 동안 300만 명이 전투에 투입돼 죽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협상 당사자들이 땅따먹기 놀이처럼 벌이는 선긋기 다툼에 왜 싸워야 하는지도 모르는 병사들이 끊임없이 죽어나간다.

시나리오를 쓴 박상연 작가는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의 원작을 써 많은 관객에게 남북분단의 아픔을 일깨웠다.

작가는 이번 영화 ‘고지전’에서 더욱 직접적이고 신랄하게 전쟁의 모순을 꼬집는다. 상영시간 133분. 15세 이상 관람가.

박주미 기자 jju101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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