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일부 아파트들이 기존 건설사의 명칭 대신 새로운 브랜드를 달면서 건설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억 원씩 비용을 들여 실시하는 재도장(도색작업) 공사 시 각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가 입주자들의 동의를 구해 건설사 자문을 구한 뒤 기존 명칭에다 새로운 브랜드를 추가시키고 있다.

10~20년씩 노후화된 아파트 입장에선 신규 아파트 브랜드 로고나 명칭을 외벽에 삽입하게 되면 이미지나 가격 상승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21일 건설업계와 주민들에 따르면 대전지역에선 현재 10곳 정도가 건설사들의 새로운 브랜드를 달았거나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요자들 입장에선 유명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가 가격 경쟁력이 훨씬 높아 전국적으로 유행처럼 빠르게 확산되며 새로운 브랜드로 바꿔 달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명확한 정답을 내놓기가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건설사들은 과거 분양을 받았던 고객들도 다 같은 고객이기 때문에 이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일부는 수용하고 일부는 내부검토 등을 거쳐 결정을 짓고 있다고 털어놨다.

현대건설은 입주민 동의가 85% 이상이면 특별한 하자가 없을 경우 자신들의 새로운 브랜드를 사용하도록 허가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사와 상의 없이 마음대로 결정해 재도장업체에게 로고를 삽입해 달라고 요청하는 막무가내식 아파트들도 있어 건설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이를 명백하게 강제할 방법이 없고 입주민 모두가 잠재고객이기 때문에 거친 항의조차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대전 중구 유천동 현대아파트는 지난 2009년 1차, 지난해 2차 재도장을 하면서 입주자들의 민원이 폭주하자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에 공문을 발송했고 해당 건설사의 허락을 얻어 전체 브랜드 중 로고만을 외벽에 새겼다.

서구 내동 코오롱아파트와 오정동 신동아 아파트도 건설사와 상의해 각각 ‘하늘채’와 ‘파밀리에’라는 브랜드 명칭을 외벽에 삽있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선 자신들의 브랜드를 간접홍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너무 오래된 아파트에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면서 “하지만 입주자 요청 시 건설사 입장에선 불허방침을 잘라 말하기엔 힘든 문제라서 건설사마다 고민하고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박한진 기자 adhj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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