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역사의 청주대 축구부가 해체 위기를 맞았다. 지난 15일 열린 제92회 전국체육대회 축구 남대부 예선전 경기과정의 편파 판정시비에서 비롯됐다. 청주대는 충북대와 2-2 무승부에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4-5로 패했다. 이 경기를 관람한 김윤배 청주대 총장은 “선수들의 기량문제를 해결하니 어른들의 장난으로 문제가 된다면 차라리 해체하겠다. 내년부터 특별전형을 폐지하라”지시, 문제가 확산됐다.
◆편파판정 논란
이번 경기의 논란거리는 청주대 선수의 퇴장과 오프사이드 두 가지다. 전반전은 청주대가 2골을 넣으며 2-0으로 마쳤다. 충북대는 뒤져 있던 후반 23분경 페널티킥을 통해 한 골을 만회했다. 페널티킥 상황은 이렇다. 청주대 골문 앞에서 충북대 공격수의 헤딩슛을 청주대 수비수가 손을 대 빗나갔다. 주심은 해당 수비수에게 퇴장을 명하고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페널티킥 수비 과정에서 청주대 골키퍼가 부상을 입어 교체됐다. 경기는 재개됐고, 충북대가 만회골을 넣으며 2-2 동점이 됐다. 후반 44분경 청주대가 골을 넣었으나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며 무효가 됐다. 경기는 무승부로 마쳤고, 승부차기 끝에 충북대가 결승에 진출했다.
청주대 관계자는 “수비수가 뒤돌아 있었기 때문에 공을 보지 못했다”며 “손에 맞은 것은 고의가 아니었기 때문에 퇴장은 과했다”고 말했다. 이재희 청주대 감독은 “종료 직전 터진 골도 오프사이드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수비수의 퇴장이 결정적이었지만 후반 10분경부터 불리한 판정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당시 주심을 맡은 서동진 심판은 “청주대 수비수의 핸들링은 명백한 고의적 반칙”이라며 “손을 맞고 공이 들어갔다면 경고만을 줬겠지만 손을 맞고 나갔기 때문에 득점 기회 방해로 퇴장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마지막 오프사이드 상황도 부심의 위치가 정확했다”며 “선수가 순간적인 판단 미스로 팀에 안 좋은 결과를 미쳤는데 이 같은 결과의 책임을 심판에게 묻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경기를 관람한 한 원로 축구인은 “패배한 팀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그날 경기의 심판 판정은 무난했다”며 “승부도 중요하지만 아직 배우고 있는 학생 스포츠에서 패배의 원인을 심판에게 돌리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보는 이 경기를 지켜본 대다수 축구인들을 상대로 의견을 물어본 결과 심판판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청주대 축구부 해체 거론 배경은
김 총장의 발언은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 특히 청주대가 춘계전국대학리그에서 예선 리그전에서 석연치 않게 탈락하면서 불만이 쌓였있었다. 이 와중에 김 총장이 직접 관람한 경기에서 심판 판정 논란이 일자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이와 함께 올해 들어 축구부의 전력이 향상됐다는 내부 보고를 받았던 김 총장이 막상 전국체전 예선에서 탈락하자 실망감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체육계에서는 김 총장의 발언이 경솔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체육계 인사는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늘상 있는 일인데 명색이 충북체육회 부회장이자 우리사회 지성의 집단인 상아탑을 이끄는 대학의 총수가 한 경기의 패배를 놓고 팀 해체를 논한 것은 적절치 않다”며 “충북체육의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근 각 종목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청주대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체육계 인사는 “한수이남의 사학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청주대가 비록 충북도내 대학중 가장 많은 경기종목을 운영해 선수를 육성하지만 최근 경기별 지도자들의 열정에서부터 선수들의 훈련 환경 개선 등 성적향상을 위한 충분한 지원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라며 “학교이미지 제고와 지역민에게 사랑받는 대학이 되기 위해선 상업주의식 즉흥적 판단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