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의 강소형 연구소 개편이 순탄치 못한 진행을 이어가고 있다.
출연연의 개편안을 심사하는 정부의 평가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가 전문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데다, 일부 유관 정부부처 공무원들마저 이번 개편안에 반발하는 등 불협화음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4일과 18일 두 차례에 걸쳐 각 출연연이 제출한 강소형 연구소 개편안 심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위원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질의를 하거나 현 국가 연구기관의 상태마저 파악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연구 개념이나 용어마저 혼동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번 심의 평가의 전문성과 당위성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냈다는 것이 출연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모 출연연 관계자는 “일부 위원들은 이번 개편안의 취지도 제대로 모르는 듯 용어만 비슷하지 사실상 전혀 다른 00연구와 00연구 분야의 중복 문제나 구성원 문제를 거론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다른 출연연 관계자 역시 “출연연에 대한 이해조차 하지 못해 전혀 엉뚱한 소리를 해서 반박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런 가운데 유관 공무원들마저 사업 통폐합에 따른 혼선을 우려해 이번 출연연 개편을 반대하면서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모 기관 관계자는 “실제 내용이 다른 연구과제들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거나 명칭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통합을 추진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며 “이는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출연연 간부는 “각 출연연들이 연구예산 등을 이유로 50인 이하의 연구소를 신청한 경우가 드물어 이번 ‘강소형’ 연구소 개편안이 실제로는 ‘강대형’ 뿐이라는 씁쓸한 우스갯소리가 돌고 있다”며 이번 개편안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과학계의 한 인사는 “우리나라 과학계가 고려해야 할 핵심은 기관의 규모나 형태, 크기 등 조직상의 변화가 아니라 미래 과학기술 변화에 대한 고민이 돼야 한다”며 “출연연 스스로도 이 같은 변화를 미리 분석하고 대비하며 또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21일 각 출연연이 제출한 개편안에 대한 평가를 내릴 예정이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