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상당구 우암동 주민센터가 휴일 개방을 하지 않는 문제로 주민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데도 시나 구청에선 아무런 개선책도 마련하지 않는 바람에 개방하지 않는 주민센터가 급증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30개 주민센터 중에서 야간·휴일에 개방하는 곳이 10곳에 달했지만 현재는 내덕1동과 영운동, 사창동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수백억 원을 들여 신축한 교육시설이 사장되고 있다는 불평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주민들의 평생교육장이 돼야할 주민센터가 주민등록증이나 발급해 주는 동사무소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남상우 전 시장이 재임하던 시절에는 주민센터를 이용하는 주민이 연간 1만 명을 넘었으나 올해는 9000명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지난해에는 300개에 육박했지만 올해는 258개에 불과해 급속도로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야간·휴일에 문을 열어도 이용하는 주민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남상우 시장 시절에도 야간·휴일에 문을 닫는 바람에 이용자가 급감했다가 개방한 이후 급속히 늘어난 사례를 들며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을 질타하는 소리가 높다. 실제로 지난 2006년 7월 야간이나 휴일에 개방하는 주민센터는 9개소에 불과했고, 참여주민도 298명에 지나지 않았다.

야간·휴일개방을 요구하는 민원에 따라 전면 개방을 실시한지 5개월 만에 이용주민이 1500명으로 급증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주민자치 프로그램을 활성화 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매년 수백 억 원의 홍보비를 쓰면서도 주민자치 프로그램이 어떤 게 있으며, 강사가 누구라는 사실을 신문이나 방송 등에 광고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야간·휴일에 개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청사보안 등의 이유를 들고 있지만 최근에 신축한 주민센터는 대부분 사무실과 교육시설이 분리돼 있어서 청사보안을 핑계 댈 명분도 없다. 진짜 이유는 직원들이 야간·휴일에 나오는 것을 귀찮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A주민센터 프로그램 담당직원 K씨는 회원들과 프로그램 운영 문제 등으로 마찰을 빚곤 했다. 이후 K씨는 회원들에게는 말 한마디 없이 휴일 개방을 금지하는 결정을 해놓고 자리를 옮겨버렸다.

회원들이 시설개선을 요구하는 주민센터에서는 아예 탁구장을 폐쇄하겠다고 위협하는 곳도 있었다. 흥덕구 수곡2동 주민센터는 바닥이 시멘트로 돼 있어 무릎이 아파 운동을 할 수가 없으니 마루로 교체해 달라고 요구한 일이 있었다. 올해초 시에서 자치프로그램 권역화 방침이 내려오자 운영이 잘되는 탁구장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회원들의 반발로 취소했다.

일선 공무원들이 야간·휴일 운영을 기피할 바에는 차라리 사설업소에 위탁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실제로 분평동 주민센터는 탁구교실을 사설 탁구장에 위탁하고 매달 강사료만 지원하고 있는데 새벽부터 심야까지 연중무휴로 운영하고 있어 호평을 받고 있다

휴일이나 야간 운영 못지않게 중요한 게 효율성 문제다. 청주시내 30개 주민센터에서 258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천편일률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주민센터에서 노래교실, 에어로빅, 탁구, 요가, 스포츠 댄스 등에 치중하고 있어서 노인, 육아, 생활법률 등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남상우 전 시장 재임시절까지만 해도 휴일개방을 하던 주민센터가 절대다수였지만 한범덕 시장 취임이후 개방을 하지 않는 곳이 절대다수로 급변했다. 주민센터는 낮에 시간이 많은 노인이나 주부들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다. 직장인이나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휴일이나 야간에도 개방하는 게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엄청난 예산을 들여 전문교육시설로 신축한 것이다. 그런데도 야간·휴일에 운영을 하지 않는 곳이 급증하는 것은 일선공무원들의 편의을 위한 무사안일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 주민은 “공무원들의 무사안일 근무 태도는 과거 자유당시절 해병대원들이 외박을 나가 주민들에게 행패를 부려도 처벌하지 않으니까 점점 행패가 심해진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끝>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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