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인터넷의 전시역할 밖에 안되는 것 같아요. 요즘 좀 보세요. 서점에서는 책만 살펴보고 사는 것은 인터넷에서 사잖아요. 서점 들어오는데 입장료라도 받고 싶은 심정이에요.”
대전 유성구 반석동의 ‘삼화서적’ 박춘택 대표는 긴 한숨으로 말끝을 대신했다. 대전에서 벌써 20년 째 서점을 열고 있는 박 대표는 인터넷 서점의 당일 배송과 반값 할인 등으로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13일 대전시서점조합에 따르면 대전지역 서점 숫자는 2009년 8월 당시 287곳이나 됐지만, 2년 사이 62곳이 줄어 225곳이 남아 있다.
특히 대전의 대표 향토서점 중 하나인 문경서적이 매출 감소와 적자 누적을 이유로 지난 2003년 일찌감치 폐업한 데 이어 지난 2009년에는 52년 역사를 이어온 대훈서적도 부도를 맞았다.
이렇게 대전의 향토서점을 비롯한 수많은 서점들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공룡 서점들과 인터넷 서점들이 반값 할인 등을 통해 도서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서점 운영자는 “동네마다 있던 중소 서점들은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서점의 등장으로 큰 위기를 맞았고, 최근 들어서는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의 반값 할인은 물론 당일배송 서비스까지 가세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정부가 규정한 도서정가제까지 유명무실해지면서 상당수 인터넷 서점들이 과다할인을 앞세워 ‘동네서점’들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여기에 출판사들마저 서점에는 정가의 60~70% 수준으로 책을 공급하면서, 인터넷 서점이나 오픈마켓 등에는 35%까지 낮춰 유통질서를 무너뜨리는데 가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인터넷 서점에 이어 전자상거래 사이트까지 도서 할인 경쟁이 위험수위에 넘나들면서 지역에서는 도서정가제 전면 실시와 개정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동선 계룡문고 대표이사는 “서점을 경제적 가치로만 생각하는 현 풍토에서 대전 향토서점의 위기는 여러 이유가 얽혀 있다”며 “하지만 향토서점들의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가 없는 것도 문제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와 교육청에서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독서문화 진흥활동 활성화를 위한 독서문화진흥조례는 서울, 경기 등 4곳에 만들어져 있다.
박주미 기자 jju1011@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