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음달 졸업을 앞둔 대학생 A(25·여) 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50번이 넘게 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냈지만 매번 물만 먹었기 때문이다. A 씨는 대학 4년 동안 장학금을 받았고, 해외봉사, 과대표 등 활발한 교외 활동을 하며 대학을 알차게 보냈다. 하지만 이런 경력들은 취업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에 A 씨는 자신이 올릴 수 있는 스펙이 영어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서울로 학원유학을 떠나기 위해 모든 준비를 마쳤다.

A 씨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해외연수는 꿈도 못 꾸지만 지역에서 우물안 개구리마냥 공부할 수 없어 서울소재 학원을 선택했다”며 “벼랑끝에 내몰린 기분”이라고 말했다.

#2. 청주 모 대학에 재학 중인 B(27) 씨는 대학편입 공부를 위해 1년간 서울에서 생활했다. 취업을 위해서는 현재의 학력으로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1년 전 학과 공부를 병행하며 청주에서 편입준비를 한 그는 결과가 좋지 않자 지난해 초 서울로 와서 편입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B 씨는 “취업난 속에서 지역 대학에서는 도저히 미래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서울 소재 대학 편입이 오랜 꿈이자 성공의 척도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지역 대학가는 서울로 학원유학을 떠나는 것이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는 취업난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서울 유학을 자신의 스펙을 높이는 마지막 보루로 선택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수강료라면 지역보다 많은 강사진과 다양한 커리큘럼이 확보된 서울 소재 학원이 낫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 취업준비생 사이에 인기가 높은 기업들이 서울에 소재하고 있고 취업박람회나 면접장소 등이 서울에 집중돼 있어 학원을 다니면서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또다른 상경의 원인이 되고 있다.

서울 모 어학원 관계자는 “방학 중 학원 주위 고시원 등 편의시설을 묻는 지역학생들의 문의전화가 많다”며 “방학을 이용해 공부 노하우를 익히기 위해 상경하는 학생들 수가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청주 모 대학 관계자는 “서울로 학원유학을 떠나는 대학생들을 보면서 기업들이 지역인재를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며 “영어 성적과 대학 간판이 성공의 척도라 믿는 요즘 대학생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최현애 기자 cch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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