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장맛비가 계속되면서 잇단 농작물 피해로 농가들이 울상이다. 과수농가에선 사과, 포도 등에 냉해피해를 입은 데다, 지난 주말 내린 집중호우로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게다가 인삼·고추 수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탄저병이 지난해에 비해 한달이나 빨리 발병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11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내린 비로 옥천군 안내면 정방리에서 인삼밭 3000㎡, 충주시 이류면에서 논과 사과 과수원 500~600㎡가 침수·매몰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여기에 고추 탄저병 및 역병의 발생이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데다 장마가 지속되면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장마기간에는 비와 해충이 자라기 적합한 25~30℃의 온도가 유지되면서 고추의 병해충피해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 도 농업기술원이 지난 4월 말부터 10일 간격으로 도내 고추 주산지인 괴산군과 음성군 지역, 청주의 주요 고추재배지를 대상으로 병해충 밀도를 조사한 결과, 외래해충인 담배가루이는 6월 20일까지 한 트랩당 2~5마리 수준으로 지난해와 비슷했으나 7월초에는 트랩당 44.6마리로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85.4%나 증가했다.
또 꽃노랑총채벌레는 7월 초 한 트랩당 294.4마리로 지난해 같은 시기 보다 17.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충은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해충으로 방제시기를 놓치면 기형과가 많아지고 신초의 피해가 증가, 반점위조바이러스 등을 발생시키게 된다. 인삼 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에 비해 한달 빨리 발병한 인삼 탄저병은 빗물을 타고 포자가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7~8월에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올해는 5월부터 잦은 비로 발병이 빨라졌다.
과수농가도 사정은 마찬가지. 수박의 경우 일찍 찾아온 장마 탓에 일조량이 부족해지면서 당도가 떨어질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수박과 호박 등 박과류 작물은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 탄저병과 역병 등에 걸릴 위험이 높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냉해피해는 여전하다.
농림수산식품부가 한나라당 정해걸 의원에게 제출한 '2011년 과수·밀 냉해피해 현황(7월 1일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이상기온으로 냉해가 발생, 각각 1만 9085ha와 1만 1663ha가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은 762.9ha 피해를 봤으며, 이 중 피해율이 50%이상은 445ha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의 농작물별 냉해피해 현황을 보면 사과가 전체의 37.6%로 가장 컸으며, 이어 포도(23.9%), 배(14.2%) 순이었다. 반면 자두, 매실, 복숭아 등은 5% 미만으로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도 농업기술원은 “장마 중에도 비가 그친 틈을 이용해 적용약제를 뿌려줘야 하며, 배수구 등을 철저히 정비해 물이 잘 빠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벼와 밭작물, 시설채소, 사과, 배 과수원도 예찰을 철저히 해 각종 병해충을 예방 또는 초기에 방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