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류충(50) 충북음성소방서장이 공개적으로 소방방재청장의 시책을 비판하고 나선 것에 대한 파문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본보 7일 자 5면 보도>
소방방재청이 즉각 해명에 나섰지만 류 서장은 또다시 재반박하고 나섰고 소방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류충 서장의 의견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류 서장이 이처럼 조직에 대한 실정을 지적하고 인사권자에 저항을 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류충 서장 “화재와의 전쟁, 사망자 감소, 조작”
먼저 류 서장은 지난 6일 소방방재청 홈페이지 등에 ‘서민중심의 119 생활민원서비스를 경시하는 소방청장의 대국민 사기극을 비판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을 통해 류 서장은 “최근 화재 감소 추세는 소방기술발전과 내화구조적 건축재료 사용의 영향이 크다”며 “하지만 화재와의 전쟁으로 인해 사망자가 감소한 것처럼 발표한 것은 통계조작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류 서장은 또 “현 청장이 업적을 과대 포장하려는 욕망 때문에 교통사고나 방화 등에 의한 화재 사망자는 통계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며 “소방은 불만 잘 끄면 된다는 현 청장의 시각은 1970년대에 맞는 편견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소방방재청, 즉각 해명, “질높이기 위한 소방정책을 왜곡”
이에 소방방재청은 즉각 해명자료를 통해 “화재로 인한 사망자 통계는 화재와의 전쟁 실시 이전 3년간(2007~2009년)의 평균은 434명인데 비해 화재와의 전쟁을 실시한 2010년은 304명으로 130명이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또 서민의 수요를 무시하고 생활민원 서비스를 줄였다는 비판도 “제도적으로 119 구조업무의 범위를 명확히 해 응급상황에 대한 질 높은 대응을 위한 정책”이라고 대응했다.
3교대를 위한 인력확보가 슬그머니 사라졌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최근 3년간 5952명을 충원해 2009년 말에 39.6%였던 3교대 비율이 2010년 말에는 82%높아졌으며 현재는 87%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류충 서장 재반박, “국민을 불필요한 도움을 요청하는 귀찮은 존재로 보는 것”
소방방재청이 공식적으로 해명자료를 내자 류 서장은 홈페이지에 또다시 글을 올려 해명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류 서장은 “화재와의 전쟁이후 사망자 수가 줄어든 것은 2010년 화재와 직접적 원인이 없는 것은 집계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조작이 이뤄진 것”이라며 “종전에는 사망자와 화재건수를 가능한 많이 잡던 소방행정관행에서 화재와의 전쟁 후에는 가능한 적게 잡아야 하는 관행으로 바뀔 수밖에 없게 됐고 결과론적으로 화재와의 전쟁에 사용된 통계적 수치는 의도된 결론을 뒷받침하기 위한 도구로서 기여했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서민들의 생활민원 서비스를 줄인 것에 대해서는 “국민을 긍정적 시각으로 보느냐, 부정적 시각으로 보느냐의 차이”라며 “이것이 바로 청장과 일선 소방공무원이 갖는 생각의 차이”라고 꼬집었다.
또 “국민을 119에게 얌체 짓을 하며 불필요한 도움을 요청하는 귀찮은 존재로 본다면 소방서비스를 제한하는 쪽에서 접근할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줄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공급측면에서 접근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 서장은 특히 소방방재청의 해명자료를 정면으로 재반박하면서 “그동안 청장님을 비판하다가 인사조치된 수많은 사람들을 기억한다면 정당한 절차를 거처 조언을 드리지 못한 제 행동을 나무라는 것 또한 무리”라며 “추가적인 공개토론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소방 공무원들 “공감한다”
류 서장의 글에 대해 소방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공감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소방서의 한 간부는 “화재와의 전쟁은 박연수 소방방재청장이 내세우는 대표적인 치적”이라며 “일선 소방관들은 성과에 따른 압박으로 조작과 허위보고가 비일비재한 상황이고 소방방재청에서 성과하고 포장하는 것들은 실제 현실과 분명 다르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소방 공무원도 “류 서장의 글은 현 대한민국 소방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소방 공무원이라면 적어도 한 번씩은 생각하고 고민했을 법한 문제”라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