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정체에 빠져 있던 충북체육계에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지나치게 고령화됐다는 평을 받던 이사회에서는 정신일 상임이사가 “후임들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할 시기”라며 사퇴했다. 충북체육회 사무처도 사무차장직을 없애는 등 조직개편에 들어갔다.

◆원로 이사 사퇴

6일 충북도체육회에 따르면 정신일 상임이사(전 체육회 사무처장)가 지난달 29일 자로 이사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정 상임이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나이가 70이 넘었고, 후배들은 계속 커가는데 이 자리에 계속 남아 있는 것은 후배들의 앞길을 막는 것”이라며 “젊은 사람들이 기용돼 능력을 발휘하라는 뜻에서 자진해서 사퇴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 이사의 임기는 오는 2012년 2월까지이다.

현재 충북체육계는 사회 전반의 고령화 분위기와 맞물려 이사회를 비롯해 지나치게 노쇠화 됐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체육계 관행하에서 원로들의 잘못된 지시 등에도 바로잡거나 비판을 할 수 없었던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 이사의 사퇴는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 들여 지고 있다.

한 가맹경기단체 전무는 “지금까지 충북체육을 이끌어온 선배들의 노고는 분명히 인정받고 존경받아야 하지만 원로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현장에 대한 간섭도 늘었다”며 “아직도 정정한 정 이사가 후배를 위해 이사직을 그만둔 것은 현직 체육인들에게 귀감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 이사의 사퇴가 충북체육 개혁의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체육인은 “충북체육은 오랜 기간 정체를 면치 못했다”며 “임명과정에서 잡음도 있었지만 새로운 사무처장이 개혁을 추진하는데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원로 체육인의 뜻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무처 조직개편

충북체육회는 오는 8일 상임이사회에서 조직개편안을 상정한다. 이 개편안은 사무처장의 직급을 낮추고, 현재 공석인 사무차장을 없애는 안을 담고 있다. 또 팀장중에 1인을 선임팀장으로 임명하고, 사무차장직 폐지에 따른 여유 정원은 실무자급으로 대신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번 조직개편안이 통과되면 사무처장과 사무차장 사이에 존재하던 업무 중복이 사라지게 된다. 또 각 팀장들의 권한이 강화되는 한편 고위직 대신 실무급 직원을 확충함으로써 체육회 사무처가 현장 업무 중심으로 개편되게 된다.

이 조직개편안은 상임이사회를 통과한 후 아직 일정이 잡히지 않은 총회를 거쳐야 한다. 오는 10월 전국체전을 마친뒤 실행에 옮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정체됐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던 충북체육회 사무처가 변화의 물꼬를 튼다는데 의미가 있다.

◆개혁은 성공할까

여러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지만, 이 같은 움직임만으로 충북체육이 ‘환골탈퇴’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사무처장 임명과정에서 발생했던 잡음은 여전히 수면 밑에 잠복하고 있다. 갑작스런 변화의 움직임에 잠복해 있던 문제가 터져 나올수도 있다.

충북체육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가맹경기단체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일부 가맹경기단체의 경우 정상적인 운영이 이뤄지지 않는 곳도 있고, 출연금 한 푼 내놓지 않고 본인의 명예만을 위해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단체장도 있다.

원로체육인 A 씨는 “반드시 급격한 변화가 이뤄져야만 개혁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며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이뤄나가돼 꼭 이뤄낸다는 신념이 중요하고, 체육회 사무처와 이사회, 가맹경기단체까지 모두가 변화에 동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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