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기쁜 소식 또는 덕담을 전해주어야 할 연하장, 편지 대신 청구서와 내용증명 등 반갑지 않은 우편물이 우편함을 가득 채우고 있어 가뜩이나 경제한파에 움츠린 서민들의 마음을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다.
5일 대전지역 우체국에 따르면 새해 벽두에 지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연하장은 점점 줄어들고 법적 분쟁과 관련된 내용증명 또는 청구서 우편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전 둔산우체국의 경우 관내 연하장 판매량은 2008년 6만 5400매로 2007년 8만 700매에 비해 20% 감소했다.
이와 반대로 채권·채무 관련 소장 및 파산 통지서와 최고장 등 내용증명 우편물은 지난해 12월 5995건이 접수돼 전년 동기 3813건에 비해 57% 증가했다.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침체로 기업과 시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우편요금마저 줄이고 있고 통신수단이 발달해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이 연하장을 대신하고 있어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또 경제한파로 임금 체불 및 파산 등이 잦아지면서 각종 법적 분쟁 내용증명 우편물도 급증하는 추세다.
서구 둔산동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이 모(39) 씨는 최근 우편물을 확인할 때마다 큰 시름에 빠진다.
해마다 이맘 때면 연하장으로 가득하던 우편함이 근래 들어 연하장은 보이지 않고 카드요금 청구서와 각종 세금 미납 독촉장만 수북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경제가 어렵다보니 해마다 연하장을 보내던 사람들의 마음 속에 훈훈한 정이 사라진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둔산우체국 관계자는 "시민들 모두가 어렵다보니 남을 위한 배려는 사라지고 분쟁만 늘어난 것 같다"며 "희망을 전해주지 못하고 절망을 배달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천수봉 기자 dan@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