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부모들의 극성에 일선교사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학생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칭찬’을 강요하는 것은 물론 교사 험담, 교과과정 간섭 등 또 다른 교권침해로 교단에 서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과부 ‘학부모 학교 참여 지원사업’ 실시 등으로 최근 학부모회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 A교사는 일부 극성 학부모들 때문에 이직을 생각 중이다.
교대 졸업 후 곧바로 임용돼 어느덧 10년차 중견 교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의 험담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있다.
A교사는 “체육시간 축구경기 시 인원수를 맞추기 위해 학생 한 두명을 제외시키면, 해당 학생 학부모의 험담이 또 다른 학부모를 통해 들려온다”며 “한 반에 20~25명의 학부모 회원들이 있어서인지 교사가 약간의 실수를 한다치면, 소문은 금새 퍼지는데다, 여러명의 학부모가 학교를 방문해 지적을 일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 소신과 열정을 갖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열혈 교사들은 자취를 감춘지 오래라고 했다.
문제학생 훈계 시, 학부모들이 부리나케 학교를 방문해 항의하는 것은 물론 훈계를 한다해도 혹여 ‘자존심에 상처가 되지 않을까’, 스스로 교권을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B교사는 “얼마전 학급 회장을 학생들 앞에서 꾸짖었는데, 회장 학부모가 이틀 동안 등교를 시키지 않았다”며 “회장 부모는 아이들 앞에서 칭찬을 해주지 않으면 학교를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어쩔수 없이 약속을 하고 현재는 학생 눈치를 보며 교단에 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에서 학부모들의 적극 공세에 맞서 교사들도 나름의 방어태세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 일선 교사들의 전언이다.
‘문제학생 모른척 하기’, ‘잘못해도 눈치껏 칭찬해 주기’, ‘훈계는 친절히, 아무도 모르게’, ‘무서운 학부모를 둔 학생 무관심’ 등이 그 방어태세다.
이런 상황에서 한 지역 교육계 인사는 학부모들의 지나친 ‘치맛바람’이 오히려 성장기 자녀들에게 악영향을 줄수 있다고 지적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무조건적인 칭찬은 아이들이 ‘잘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의 기회를 빼앗을 수도 있다”며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이 거세질수록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무관심해 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의식전환이 시급하지만 쉬운일은 아니다”며 “학교는 물론 교육청 차원에서 학부모들과의 대화, 교육을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